11일 업계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최근 삼성전자에 B40에 탑재되는 GDDR7의 추가 공급을 요청했다. B40은 연간 100만대 수준의 판매가 예상됐으나 중국 시장에서 수요가 늘어나면서 물량 확대가 불가피해졌다. 삼성전자는 라인 정비를 마치는 대로 이르면 이달 중 증산에 나설 계획이다.
B40은 엔비디아의 최신 블랙웰 AI 가속기를 기반으로 한 경량화 제품으로 HBM 대신 GDDR7을 탑재해 미국 수출 규제와 비용 효율성을 동시에 충족한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3사 중 가장 높은 GDDR7 경쟁력을 갖췄을 뿐 아니라 양산 능력에서도 앞서 있어 B40 공급 확대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전망이다.
B40 공급 확대에 이어 엔비디아가 최근 공개한 루빈 CPX 일부에도 GDDR7을 적용할 계획이란 소식이 전해지면서 삼성전자의 AI용 메모리 공급 증가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 루빈 CPX는 내년에 출시될 차세대 베라루빈(NVL144) 플랫폼과 연동되는 GPU로 AI 코딩·영상 생성 등 추론 작업에 최적화됐다. 이번 사례는 추론용 GPU에 GDDR7을 공식 적용한 대표적인 예로 주목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행보를 단순히 ‘HBM 대신 GDDR7’으로 읽기보다는 '활용 다변화'로 해석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HBM은 여전히 대규모 학습 시장의 사실상 독점적인 선택지”라면서도 “추론·게임·규제 대응용 제품까지 GDDR7이 확산되면 HBM과 GDDR7 투트랙 수요가 생겨 매출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2분기 SK하이닉스는 전체 D램 시장 점유율 36.9%를 기록하며 삼성전자(36.6%)를 근소한 차이로 제치고 1위에 올랐다. 특히 AI 서버에 들어가는 HBM 분야에서 하이닉스 점유율은 60%를 넘는다. 이는 올해 1분기부터 이어진 흐름으로 삼성전자가 1992년 세계 D램 시장 1위를 차지한 이후 33년 만에 순위가 뒤바뀐 사례다.
다만 중국향 B40과 추론용 루빈 CPX에 삼성전자의 GDDR7 활용이 확대되면서, HBM 비중이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도 삼성전자의 메모리 점유율 반등 가능성이 일부 점쳐진다. 업계 관계자는 “GDDR7만으로 전체 D램 판도를 뒤집기는 어렵지만 이번 공급 확대를 통해 엔비디아와 신뢰를 회복하고 파트너십을 강화하면 향후 HBM 시장 진입과 점유율 회복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류형근 대신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반도체는 범용 DRAM 중심으로 개선이 시작됐다”며 “AI 부문의 경우 HBM은 낮은 기저 속 회복이 예상되지만 엔비디아향 진입 기회가 여전히 유효하며 LPDDR5x, GDDR7 등의 물량 확대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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