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는 금융정책과 감독을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고 정책 결정과 집행 과정에서 기관 간 협조 체계가 원활하지 않을 경우 혼선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금융업계는 17년간 유지된 금융 통합 거버넌스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면서 관련 업무와 인력 배치에 대한 심층적인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전날(7일)더불어민주당과 정부, 대통령실은 고위당정협의회를 열고 정부조직 개편방안을 확정했다.
개편의 핵심은 기획재정부를 재정경제부로 개편하면서 금융위원회의 국내 금융정책 기능을 통합하는 것이다.
새로운 금융 거버넌스는 4원 체제로 구성된다. △재정경제부(금융정책 총괄) △금융감독위원회(감독정책 수립·집행) △금융감독원(현장 감독) △금융소비자보호원(소비자 보호)이 각각의 역할을 담당한다.
기존 기획재정부의 예산 기능은 국무총리 소속의 기획예산처로 분리 신설된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국내금융과 국제금융의 일관성을 확보하고 금융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금융위원회의 국내금융 기능을 재정경제부로 이관하겠다"고 설명했다.
◆ 정치적 고려와 정책적 판단의 교차점
이번 조직개편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민주당 정책위원회를 중심으로 논의가 시작됐다. 이재명 대통령 당선 후 '금융위·금감원 쪼개기'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금융위원회가 핵심 공약인 취약계층 채무 탕감과 가계부채 관리 방안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며 존치 기대감이 높아지기도 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남근 민주당 의원은 "국가 운영에서 재정과 금융은 양대 축"이라며 "한 부처가 두 기능을 모두 갖고 있어야 한다는 판단"이라고 조직개편 배경을 설명했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을 수차례 공개 칭찬한 것은 금융위 존치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결국 국정기획위원회와 민주당이 주도한 조직개편안이 채택되며 금융위는 해체 수순을 밟게 됐다.
◆ 업계 우려와 실행상 과제 산적
금융당국과 업계는 조직 세분화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금융정책과 감독을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이 가장 큰 쟁점이다. 정책 결정과 집행 과정에서 기관 간 협조 체계가 원활하지 않을 경우 혼선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금융소비자보호처의 금감원 분리에 대해서도 논란이 예상된다. 현장 감독 기능과 소비자 보호 기능을 분리할 경우 오히려 보호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실행 과정에서도 난관이 많다. 정부조직법을 비롯해 금융위원회 설치법, 은행법 등 다수의 관련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 법 개정 과정에서 국회의 이견이 표출될 가능성도 있어 실제 조직개편 완료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 금융회사 업무 부담 가중 불가피
새로운 4원 체제 하에서 금융회사들의 업무 부담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에는 금융위-금감원 라인으로 단순했던 업무 창구가 4개 기관으로 늘어나면서 보고 체계와 업무 프로세스가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정책 결정과 집행 과정에서 기관 간 의견 차이가 발생할 경우 금융회사들이 혼선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책의 일관성과 예측가능성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 1월 2일부터 새로운 조직체계를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법적·제도적 정비와 함께 실무진 간 업무 협조 체계 구축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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