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CRL 더이상 비밀 아니다"…HLB 등 국내 기업 'FDA 재도전 기회' 기대

안서희 기자 2025-07-14 18:22:05
신약심사 불확실성 줄여 R&D 효율 제고
[사진=FDA]
[이코노믹데일리]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최근 의약품 승인 제도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지난 10일(현지시간) FDA는 2020년부터 2024년까지 발급된 총 202건의 보안요구서한(CRL)을 공개했다. CRL은 FDA가 신약 시판 승인을 위해 의약품 허가 신청서를 검토한 뒤 수정 사항과 보완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제약사에 전달하는 공식 문서다.
 
여기에는 허가 거절 사유뿐 아니라 승인을 위해 필요한 추가 임상시험, 제조 공정 개선, 품질 자료 보완 등의 구체적 요구사항이 포함된다.
 
해당 문서를 받은 기업은 FDA가 지적한 문제를 보완한 뒤 이를 입증할 수 있는 보완서류를 제출해야 하며 이후 FDA는 이를 재심사해 6개월 이내에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그러나 그간 FDA는 CRL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유지해 왔다. 이로인해 일부 제약사들은 승인 결정의 정확한 이유를 이해관계자와 대중에게 왜곡해 전달하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로 2015년 FDA 소속 연구진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제약사들은 승인 받지 못한 사실을 공식적으로 발표할 때 FDA가 우려하는 안전성과 효능문제의 85% 가량을 언급하지 않았다. 또한 FDA에 새로운 임상시험을 요청한 경우에도 약 40%의 핵심 정보를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정보 불투명성은 업계 전반에 반복된 실수를 유발하고 신약 심사 기간이 지연되는 원인이 됐다. 투자자들 역시 FDA의 CRL 내용을 정확히 알지 못해 정확히 무엇이 잘못됐는지 알지 못했으며 일반 대중에게는 FDA 결정의 근거가 잘못 전달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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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FDA가 이처럼 대규모로 CRL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마티 마카리 FDA 국장은 “이번 공개를 통해 제약사와 자본 시장 모두에게 예측 가능성을 제공하고 의미 있는 치료법을 환자에게 더 빠르게 제공하기 위한 근본적인 변화”라고 강조했다.
 
이를두고 한 업계 관계자는 “CRL 공개로 인해 영업비밀이 일부 노출될 수 있는 단점은 있지만 연구개발(R&D) 기간이 단축되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은 FDA 승인을 받는 국내 기업이 많지 않아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지만 다양한 데이터를 참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CRL 공개로 FDA 신약 승인허가를 앞둔 HLB에 대한 기대감도 일각에선 제기됐다. 제약바이오업계 한 관계자는 "FDA의 CRL 결과 공개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FDA 승인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국내 바이오 기업들도 CRL 관련 이슈가 큰 만큼 투자자들도 이를 활용해 자체적으로 판단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HLB 측은 “CRL 공개와 신약 허가 심사는 별개의 사안으로 이번 조치가 신약 승인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며 “다만 다수 글로벌 제약사들이 CRL을 수령한 이후 재도전 끝에 신약 승인을 받은 사례가 확인되면서 CRL이 ‘신약 허가 실패 통보’가 아닌 개선을 위한 과정임을 보여주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HLB는 미팅 요청 승인 후 30일 이내 타입A 미팅을 진행해야 하는 FDA 규정에 따라 이번 주 19일 이전에 미팅이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