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이스라엘-이란 충돌에 유가 '급등'… 제조산업 전방위 충격 우려

김인규 기자 2025-06-17 18:40:14
이란·이스라엘 충돌 여파로 국제 유가 급등세 지속…WTI·브렌트유 모두 상승 유가 10% 오르면 수출 0.32% 감소…한국 제조업 수출 전선 '비상' 가전·자동차 업계, 물류비 부담 커져…헤지 전략에도 한계
이스라엘과 이란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며 에너지 수급 우려가 커지고 있는 16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표시된 유가 정보 [사진=연합뉴스]
[이코노믹데일리] 이스라엘과 이란의 격돌로 국제 유가가 출렁이면서 정유 및 석유화학 업계 뿐만 아니라 수출 비중이 높은 가전, 자동차 등 제조산업도 타격을 입을 거란 전망이 나온다. 서울 유가는 1700원을 돌파하며 체감 물가도 상승하고 있어 오일쇼크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17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서울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는 리터(ℓ) 당 1709.59원을 기록하며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는 미국과 이란의 협상 차질, 러시아·우크라이나 휴전 협상 지연 등이 반영된 것으로 이란과 이스라엘의 군사적 충돌이 상승 요인으로 반영되면 국내 유가 추가 상승이 있을 거라고 예측하고 있다.

실제 국제 유가는 이란이 이스라엘을 공습한 지난 13일 급상승해 현재도 충돌 이전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7월물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가격은 지난 13일 장중 14% 넘게 치솟았고 8월물 브렌트유 가격은 13% 상승했으며 이날 오전 기준 각각 72.26 달러, 73.78 달러 수준을 기록했다.

국내 산업계는 국제 유가가 상승하면 손실이 발생할 수밖에 없어 긴장하고 있다. 특히 유가 상승세가 지속되면 정유 및 석유화학 업계는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중동은 현재 글로벌 원유 생산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란은 석유수출국기구(OPEC)에서 3번째로 많은 원유를 생산하는 국가다.

중동산 원유를 가공하는 정유업계는 원유의 구입 비용과 운송비, 보험료, 관세, 귬융 비용 등을 포함한 '원유 도입 비용' 자체가 늘어나면서 이익이 줄어들고 손실이 커지게 된다. 단기적으로는 정제 마진 개선으로 업황이 개선될 수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부담이 커지는 것이다. 석유화학 업계도 마찬가지다. 원료인 나프타 가격이 상승하면서 제조 비용이 함께 상승할 수 있다.

해상운임이 상승하면서 가전, 자동차 등 제조 수출 산업도 문제를 겪을 수 있다. 특히 냉장고, 세탁기 등 부피가 큰 가전은 대부분 해상을 통해 운송하기 때문에 물류비 변동에 민감하다. 실제 삼성전자는 지난해 2조9602억원, LG전자는 3조1110억원의 물류비용을 기록했으며 올해 1분기만 해도 양사의 물류비용은 총 1조4250억원에 달한다.

가전 업계는 유가 변동에 따른 원가 상승 방지를 위해 계약 상 연동 조항 도입 등 헤지 전략을 사용하고 있지만 유가 상승이 장기화되면 전반적인 비용이 상승할 수밖에 없다. 특히 중동산 원유의 약 20%를 차지하는 하루 약 2000만 배럴이 운송되는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 유가는 앞으로도 가파르게 오를 전망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유가가 평균 10% 오르면 국내 기업들의 수출은 0.32% 줄어들고 비용은 0.67% 늘어난다.

한 석유화학 업계 관계자는 "경기 둔화 국면에서의 유가 급등은 단기적인 비용 상승 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수요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사태가 장기화되면 수출산업 전반에도 영향 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