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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조 국가 AI 컴퓨팅 센터 사업, 두 차례 유찰 끝에 '좌초 위기'

선재관 기자 2025-06-13 18:45:12
기업 외면…'수익 불투명' 구조적 한계
국가 AI컴퓨팅 센터 구축 설명회 지난 7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국가 AI컴퓨팅 센터 구축 사업설명회'에서 송상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보통신정책실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코노믹데일리] 정부가 추진한 2조5000억원 규모의 '국가 AI 컴퓨팅 센터' 사업이 결국 좌초 위기를 맞았다. 두 차례에 걸친 사업자 공모에도 신청 기업이 단 한 곳도 나타나지 않아 최종 유찰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사업 계획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13일 밝혔다.

이번 사업은 2027년까지 1엑사플롭스(EF)급 AI 컴퓨팅 센터를 비수도권에 구축하는 대형 프로젝트였다. 하지만 사업 초기 업계의 관심에도 불구하고 누구도 선뜻 나서지 않았다. 가장 큰 원인으로는 민간 사업자의 참여를 꺼리게 만드는 구조적 문제가 지적된다. 정부가 특수목적법인(SPC)의 지분 51%를 가져가 사업 주도권을 쥐면서도 민간에 초기 투자 부담과 리스크를 지우는 구조가 발목을 잡았다.

특히 SPC 청산 시 민간 사업자가 공공 지분을 이자까지 얹어 되사야 하는 매수청구권 조항은 결정적인 참여 기피 요인으로 꼽혔다. 공공 성격이 강해 수익 모델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과도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우려가 컸다. 과기정통부는 1차 유찰 후에도 이러한 핵심 쟁점을 수정하지 않은 채 재공고를 강행했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정권 교체에 따른 정책 불확실성 역시 기업들의 참여를 주저하게 만든 요인이다. 새 정부가 AI수석 신설 등 독자적인 AI 정책을 추진하면서 전 정부에서 기획된 대형 사업의 연속성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컸다.

이번 유찰로 정부의 AI 인프라 확충 계획은 중대한 차질을 빚게 됐다. 정부는 기획재정부 등 관계 부처와 사업 방향을 원점에서 다시 논의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엔비디아 GPU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나 국내 AI 반도체 생태계 소외 문제 등 기존 사업의 한계를 극복하고 산업계의 수익성을 보장하는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한편 업계는 새 정부 출범 이후 AI 정책의 대대적인 수정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업계 전문가들은 "현재 사업 구조는 기업이 출자만 하고 손해를 보는 구조"라며 "수익성을 보장할 현실적인 계획이 없다면 참여가 어렵다"라며 이번 기회에 정부가 사업 구조를 시장 친화적으로 전면 재설계해야만 표류하는 국가 AI 인프라 전략의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