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철강산업이 국가 안보와 제조업 기반을 지탱하는 핵심 산업임에도 불구하고 국내 철강업계는 최근 글로벌 공급 과잉과 중국의 저가 공세, 탈탄소화 부담 등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기초소재 산업인 철강을 지켜야 전체 산업 생태계가 살아난다며 정부 차원의 대응책 마련을 주문하고 있다.
10일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국회철강포럼 주최로 열린 '국가 안보 기반인 철강산업 위기극복을 위한 철강산업 지원 특별법 국회 입법토론회'에서는 정부·철강협회 관계자 및 철강업계 기업 임원들이 함께 모여 철강 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대한민국 철강산업 위기와 당면과제'를 주제로 첫 발제를 맡은 이재윤 산업연구원 실장은 "경제 구조가 기획, 연구개발(R&D), 원재료 공급 등 글로벌 가치사슬의 상류에 위치할수록 참여 이득이 높다"며 "이를 위한 기초소재산업 육성이 국가 경제성장의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산업연구원이 한국철강협회 자료를 분석한 데이터를 보면 지난해 국내 철강재 총생산량은 6590만톤t으로 10년 내 최저 수준을 기록했으며 그 중 내수 시장 규모는 4720만t으로 코로나 펜데믹 시기보다 적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처럼 국내 제품의 시장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고 내수 시장 부진으로 인해 수출 의존도가 커졌음에도 최근 중국발 공급 과잉과 저가 공세가 맞물리면서 국내 철강 업계는 어려운 나날을 보내는 중이다.
이에 더해 미국 행정부가 지난달 12일 철강 제품에 25% 품목 관세를 부과하면서 국내 철강산업의 위기는 고조되고 있다. 미국은 지난 2023년 물량 기준 국가별 수출 비중 가운데 21%를 차지하고 있는 주요 수출국이다.
이처럼 지속되는 글로벌 산업 침체와 경쟁력 악화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가 철강산업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철강이 국가 경제 안보 및 제조업 산업 기반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날 박용삼 포스코경영연구원 센터장은 철강산업이 무너지면 △공급망 타격으로 인한 제조업 수요산업 생산 차질 및 비용 증가 △모빌리티·에너지 등 미래 소재 기반의 산업 토대 부실화와 경쟁력 약화 △지역 거점산업 몰락에 따른 고용·인구 감소 등의 문제점이 나타날 것이라 지적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정부가 시장에 지나친 개입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서도 한국 철강산업이 처한 현 시점의 위협이 기업의 역량만으로는 대처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전문가가 제시한 철강 산업이 직면한 주요 3대 과제는 △저가 수입재 무역규제 등 통상환경 변화 대응 △탈탄소화 부담 완화 등 탄소중립 대응 △지속 가능한 산업생태계 조성을 통한 철강산업 구조 강건화 등이다.
실제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철강 산업 보호와 경쟁력 제고를 위한 국가 차원의 개입이 이뤄지는 분위기다. 미국의 조 바이든 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 안보와 공급망에 심각한 위협을 초래한다며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를 강하게 반대하기도 했다.
현장에서는 "철강 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선 공감하지만 친환경 대책 방안 마련이 함께 필요해 보인다"는 토론 참가자의 지적도 나왔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산업 경쟁력을 유지하면서도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을 위해 충분한 내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탄소중립이란 공정 도입 여부 자체보다는 제품 제작과 시장의 수요까지 밸류체인 전체를 정착할 수 있도록 경쟁력을 강화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철강 업계 관계자 및 전문가들은 전날인 9일 열린 '2025 국회철강포럼 정기총회'에서도 관련 논의를 진행했으며 협회 차원에서 올해 연구활동계획을 의결하는 등 국내 철강 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부단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토론 패널로 참여한 이준호 고려대 신소재공학부 교수는 "전세계 경제 흐름이 질서의 시대에서 혼란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며 "앞으로 다양한 시장의 요구와 산업의 변화가 있을텐데 철강 산업은 그런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도록 만들어주는 기반이 되는 산업 분야"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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