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주 우리금융을 끝으로 4대 금융지주가 지난해 실적 발표를 마무리했다. 이들 지주사가 거둔 지난해 전체 당기순이익은 총 16조4205억원으로 전년(14조8908억원) 대비 10.3% 증가했다. 기존 최대 규모였던 2022년 실적(15조4904억원)도 뛰어넘었다.
4대 금융 가운데 가장 높은 순이익을 기록한 곳은 KB금융으로, 업계 최초 '5조 클럽'에 입성했다. KB금융은 전년보다 10.5% 증가한 5조78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내며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그 뒤를 이은 신한금융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4조5175억원으로 전년 대비 3.4% 증가했다. 역대급 실적을 냈던 2022년(4조6423억원)에는 못 미치지만, 신한투자증권 사옥 매각에 따른 일회성 이익(3220억원)이 포함된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최대 성적표다.
하나금융은 전년보다 9.3% 늘어난 3조7388억원의 순이익을 거두면서 '3조 클럽'에 재입성했다. 이자 이익 감소에도 불구하고 고객 기반 확대와 수익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따른 수수료 이익이 증가한 덕분이었다.
같은 기간 우리금융은 타 사보다 성장률이 압도적이었다. 지난해 순이익은 전년 대비 23.1% 늘어난 3조860억원으로 지난 2022년(3조1690억원)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많았다.
지난해 시장금리 하락을 비롯한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에도 금융지주들이 역대급 성적을 거둔 것은 핵심 계열사인 은행들의 '기업금융' 중심 비이자이익 증가 때문이다. 아울러 포트폴리오 다각화 차원으로 비은행 계열사들의 경쟁력도 강화한 게 한몫했다.
4대 금융은 올해도 경영목표 중 하나로 기업금융 확대를 제시했다. 금융지주 산하 각 은행은 기업대출을 강화하면서 우량 고객 모시기를 위한 전략적 영업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새해가 되면서 각 은행이 취급할 수 있는 대출 총량이 재설정된 데다, 금융당국의 대출 관리 기조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어서다.
먼저 KB국민은행은 지난 연말 정기 인사를 통해 기업금융(SME) 지점장 수를 확대했다. SME지점장은 소속 영업점의 기업금융 성과와 마케팅, 고객 관리를 총괄한다. 기존 전국 1명에서 승진 12명, 전보 3명 등 총 15명으로 늘어났다. 이들은 전국 기업금융 성장 지역과 국가주도 산업단지 등에서 근무한다.
신한은행은 이달 국내 최초로 법인 전용 대출 비교 플랫폼 '론앤비즈(Loan&Biz)'를 출시했다. 론앤비즈는 법인사업자 고객을 대상으로 신용·담보대출부터 기계기구 리스까지 대출상품을 한 번에 확인하고 신청할 수 있는 법인대출 비교 플랫폼이다. 모든 중소·중견 법인이 이용할 수 있도록 지역 금융사를 포함한 다양한 업권의 금융사들과 제휴를 맺어 법인 신용등급 커버리지를 확대했다.
하나은행은 신임 부행장에 이른바 '영업통'들을 전면 배치하며 기업금융 강화에 나섰다. 이들은 영업본부 지역 대표로서 우수한 성과를 낸 점에 대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또 영업 전문가로 꼽히는 이호성 하나은행장도 기업금융에 본격 드라이브를 걸었다. 앞서 지난해엔 시중은행 중 처음으로 인공지능(AI) 기반의 기업 고객 대상 챗봇인 '기업 하이챗봇'을 오픈했다. 법인·개인사업자 고객 문의를 AI를 통해 분석 후 답변해 주는 식이다.
우리은행은 '기업금융 재건'을 목표 삼아 지난달부터 수출입 기업을 대상으로 총 5000억원 규모의 금융지원을 하고 있다. 수출입기업에 '경영안정 특별지원'으로 회사당 최대 5억원까지 유동성을 공급하는 게 핵심이다. 아울러 중소기업 특화채널인 '비즈(BIZ)프라임센터'를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총 10개 전담 센터에서 신성장 유망업종 중소기업을 지원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사업자금이 필요한 고객들이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기업금융 부문을 강화하고 있다"며 "다만 건전성을 고려해 탄력적이면서도 우량 자산 중심으로 수익성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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