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덴마크, 가축 방귀·트름·배설물에 2030년부터 과세키로

박경아 2024-12-03 06:00:00
덴마크 인구 5배의 소·돼지 키워...농축산업이 최대 기후 오염원 앞서 뉴질랜드가 2022년 '방귀세' 도입 계획 후 실행 취소도
덴마크에서 지난달 세계 최초로 가축들의 배출물에 과세하기로 한 법률이 의회를 통과했다. 되새김질을 하는 반추동물인 소는 트림과 방귀에, 돼지는 배설물에 이산화탄소보다 25배 해로운 온실가스 메탄 배출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코노믹데일리] 소 방귀에 세금을 매긴다? 우스개소리 같이 언급돼왔던 일이 현실이 됐다. 덴마크가 세계 최초로 소와 돼지 등 가축의 방귀와 트림, 배설물에서 발생하는 메탄에 세금을 매기기로 했다고 지난달 26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의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사실 ‘방귀세’가 가장 먼저 언급된 나라는 뉴질랜드였다. 뉴질랜드는 지난 2022년 농업 부문에서 나오는 온실가스 배출, 특히 가축의 방귀에서 나오는 메탄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계획을 도입했다. 이는 농업 부문에서의 유해 물질 배출 감소를 목표로 하는 뉴질랜드의 전략 중 하나였으나 농가 반대에 부닥쳐 다음 정부에서 취소됐다.

실행 시기가 2030년으로 어느 정도 시기가 남아 있지만 덴마크의 3당 연립 정부가 지난달 가축의 방귀 등으로 배출되는 메탄에 지구 온난화 세금을 부과하기로 합의한 것은 덴마크 인구 5배에 달하는 소돼지가 있는 데다 토지 3분의 2가 농경지여서 농업이 이 나라의 최대 기후 오염원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시민단체 등의 반대와 여러 해에 걸친 협상 끝에 지난달 덴마크 의회를 통과한 법안은 오는 2030년부터 영농과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1t당 연 300 덴마크크로네(약 6만원), 2035년부터는 750 크로네(약 15만원)를 부과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다만 가축들이 배출하는 메탄을 중화할 완벽한 기술이 개발되지 않은 탓에 농민들이 낸 세금의 60%를 환급해준다. 또 메탄 배출을 감소시키는 사료를 먹이고 돼지 배설물에서 발생하는 메탄을 가스회사에 판매하는 농민들에게는 환급액이 추가된다. 이번 방귀세 취지가 행동 변화를 촉구하기 위한 것이지 처벌이 목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덴마크와 같은 방식으로 직접적인 ‘방귀세’를 도입한 나라는 아직 더 없지만 농업 배출에 대한 규제와 정책은 점점 더 많은 국가에서 중요한 논의 주제가 되고 있어 이번 덴마크의 결정은 특히 농업 부문에서 오염물질 배출이 많은 국가들에게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유럽연합(EU) 경우 덴마크처럼 가축의 메탄 배출에 대한 직접적인 세금을 도입하지는 않았지만 기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농업 부문에서의 배출 감소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캐나다도 농업 분야에서의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모색하고 있으며, 농장마다 탄소 가격을 책정하는 시스템을 도입하고자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농업 부문에서 발생하는 유해물질 감축에 많은 국가들이 관심을 갖는 것은 전 세계 탄소 배출량에서 농업 부문이 약 20~25%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비율은 작물 재배, 농기계 사용 등 농업 활동 뿐만 아니라 가축 사육과 관련된 온실가스 배출도 포함한 수치다.

특히 농업 부문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 중 약 40%가 가축, 특히 소와 돼지의 트림과 방귀에서 발생하는 메탄이다. 또한 가축의 배설물에서도 일정량의 질소화합물과 메탄이 배출된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25배 이상 강력한 온실가스로 알려져 가축 사육 과정에서 나오는 메탄을 줄이는 것이 기후변화 대응에서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