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포스코, 창사 이래 최대 위기…파업 직면에 잇단 화재

임효진 기자 2024-11-26 21:09:30
장인화 회장, 긴급 대응…"단기성과 연연하지 말라" 시민단체의 압박과 피해보상 소송 가능성 커져
경북 포항시 남구 제철동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화재가 발생해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코노믹데일리] 포스코가 안팎에서 벌어지는 줄 악재로 위기를 맞고 있다. 철강 수요 부족으로 인한 공장 폐쇄에 이어 창사 이래 첫 파업 위기에 직면한 데다 최근엔 보름 새 두 차례나 화재 사고가 발생했다. 포항제철소 3파이넥스공장은 지난 10일 폭발·화재 사고에 이어 24일에도 화재가 발생했다. 시민단체까지 나서며 포스코의 안전 관리 문제를 지적하는 등 상황이 심각해지자 장인화 포스코 그룹 회장이 나섰다.

장 회장은 26일 주요 임원·직책자들에게 이메일을 통해 “연말이 다가오면서 근무 기강이 느슨해지고 집중력이 떨어진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며 “목표 생산량, 영업이익, 정비비 절감 등 단기적 성과에 연연한 것이 화재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화재 사고의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는 건 물론 안전 정비 시스템에 부족함이 없도록 면밀히 보완해 나가겠다고도 했다. 임원과 직책자에겐 사고의 재발 방지를 위해 각별한 경각심과 책임감을 갖고 업무에 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를 위해 사내외 최고 수준의 안전, 설비·정비 전문가들로 구성된 ‘설비 강건화 태스크포스(TF)팀’을 즉시 발족할 예정이다.
장 회장은 "TF팀을 통해 포항·광양을 비롯한 해외 모든 제철소의 현장을 집중 점검해 설비 상태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단기 안정화는 물론 중·장기적 강건화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하겠다"고 밝혔다.

장 회장이 직접 내부 단속에 나섰지만, 포스코를 향한 외부 시선은 곱지 않다.

일단 두 차례 화재 사고로 포스코는 시민단체에서 제기한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다. 잇단 사고로 불안감을 호소하는 시민들이 포스코를 상대로 피해보상 소송을 준비하고 있어서다.

포항청년환경연대는 지난 16일부터 시내에 현수막을 내걸고 피해를 당한 시민과 소송인단을 모집하고 있다. 현재 20명 가까이 모였고 100명이 모이면 소송을 진행할 예정이다. 장 회장의 조치를 두고는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다. 

김석환 포항참여연대 공동위원장은 “수십년째 반복하는 말일 뿐"이라며 "주민들에게 위험 시설에 어떤 조치를 했는지 설명하거나 사과한 적이 없다. 포항 주민들은 지진 트라우마로 진동과 폭음에 대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가 있어 포스코 사고에 큰 불안을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25일 포스코 노조는 72.3%의 찬성률로 파업을 최종 결의했다. 노사 간 임금 협상 결렬에 이어 중앙노동위원회의 두 차례 조정까지 실패하면서 노조는 파업 절차에 돌입했다. 사측은 추가 협상에 나서겠다고 했지만, 노조가 행동에 나선다면 1968년 창사 이래 첫 파업이 된다.

공장 문도 닫고 있다. 포스코는 불황으로 철강 재고가 쌓이자 지난 7월 포항제철소 1제강공장에 이어 지난 19일엔 45년 넘게 가동해온 포항제철소 1선재공장을 전격 폐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