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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협회 "게임 질병 분류는 부당" WHO에 의견서 제출

성상영 기자 2024-11-12 16:06:55
치료법 불명확, 사회적 합의 우선 원인 해결 없이 이용 통제는 잘못
서울 강남구 한국게임산업협회 본부 [사진=성상영 기자]
[이코노믹데일리] 한국게임산업협회가 게임 이용 장애의 질병코드 분류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서를 세계보건기구(WHO)에 제출했다고 12일 밝혔다. 지난 2019년 WHO가 게임 이용 장애에 질병코드를 부여한 이후 정부가 이를 국내에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하자 단초가 된 WHO에 질병 분류 체계 재검토를 요청한 것이다.

게임협회는 이날 "게임 이용 장애를 질병으로 분류하는 것은 의학적·사회적·법적 관점에서 부당하다"는 내용을 의견서에 담았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의학적 관점에서 게임 이용 장애가 특정한 게임 이용 행동을 기반에 두지만 WHO의 질병 분류 체계인 ICD-11에선 이를 명확히 정의하지 않아 게임 이용 장애의 의미를 파악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WHO는 △게임에 대한 조절 능력 상실하고 △모든 일상 활동보다 게임이 우선되며 △부정적인 문제가 발생했는데도 게임을 과도하게 이용하는 것으로 정의했는데,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게 게임협회를 비롯한 업계의 시각이다.

또한 게임협회는 "문제가 되는 게임 이용 행동은 1~2년 사이 자연적으로 해소돼 치료가 필요한 병적 중독이라고까지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WHO는 2018년 6월 신규 국제 질병 분류 체계인 ICD-11을 공개하면서 도박 장애(C650)와 함께 게임 이용 장애에 질병코드(6C51)를 부여했다. 이후 2019년 제72차 총회 위원회에서 게임 이용 장애를 ICD-11에 등재했다.

질병코드는 각종 질병을 유형에 따라 분류한 뒤 부호를 붙인 것을 말한다. ICD-11은 회원국 강제 준수 사항이 아닌 권고 형태지만 국내 분류 체계인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의 토대가 된다. KCD에 질병코드가 등재되면 의사가 진단서나 처방전을 발행할 수 있고 보험금 지급도 가능해진다.

정부는 국가통계위원회 심의를 거쳐 게임 이용 장애의 질병코드 부여 여부를 최종 결정하고 추후 ICD-11을 반영한 KCD-10 개정안을 시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통계법상 질병코드 지정은 통계청 소관이지만 관련 논의는 국무조정실에서 주도하고 있다.

게임협회는 "원인과 치료법이 명확하게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게임 이용 장애를 질병으로 간주할 경우 극심한 사회 혼란이 유발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게임협회는 특히 "보건의료 현장에서 우울증,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같은 근본적인 원인을 치료하는 대신 게임 이용 자체를 통제하는 잘못된 개입도 이뤄질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법적 관점에서도 게임 이용 장애가 질병으로 분류되면 게임 등급 심사가 강화되고 '셧다운제' 같은 게임 이용 시간 제한 등 규제가 생길 수 있어 게임 산업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고 꼬집었다.

강신철 게임협회장은 "게임은 오늘날 수많은 사람이 즐기는 문화"라며 "현상의 심각성이나 인과관계의 타당성, 의료적 개입 이외 방식으로 해결 가능한지 등에 관해 WHO가 게임 이용 장애 질병코드를 공개적으로 재검토할 것을 강력하게 요청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