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올해 3분기까지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건설 수주액이 정부 목표인 400억 달러의 절반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업계에서는 올해 수주 목표액 달성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21일 해외건설협회가 발표한 '3분기 해외건설 수주실적'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국내 건설사 297개사가 90개국에서 수주한 공사는 427건으로, 수주액은 211억1000만 달러(28조6463억원)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235억 달러(31조9036억원) 대비 10.3% 감소한 것으로 정부가 올해 수주액 달성 목표로 제시한 400억 달러와 비교하면 절반을 갓 넘긴 수준(52.7%) 이다.
지역별로 보면 중동 지역 수주액은 119억4000만 달러(16조2026억원)로 전년 대비 49.5% 증가하며 선전했다. 특히 산업설비 수주 강세가 계속되며 전체 해외건설 수주액의 56.6%를 차지했다.
주요 사업으로는 삼성E&A가 수주한 사우디 아라비아의 파딜리 가스 프로젝트가 1·4 패키지(60억8000만 달러)와 2 패키지(12억2000만 달러)를 합쳐 73억3000만 달러로 중동 실적을 견인했다.
또 카타르 알 샤힌 유전 프로젝트(11억5000만 달러), 사우디 화학 플랜트 4건(10억5000만 달러), UAE 아즈반 태양광 발전(1억9000만 달러) 등 대형 프로젝트 수주도 힘을 보탰다.
다만 아시아와 북미·태평양 등 지역은 실적이 전년 대비 오히려 부진했다. 아시아(중동 제외)에서는 29억8000만 달러(4조427억원)로 전년 동기인 46억8000만 달러(6조3489억원) 대비 36.3% 감소했다. 이와 관련해 해외건설협회는 "토목 부문과 산업설비 부문 공사 수주 감소가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또 북미·태평양 시장은 올해 3분기까지 26억7000만 달러를 수주하는 데 그치며 지난해 같은 기간(74억2200만 달러)보다 64%가량 감소했다. 지역별 수주 비중 역시 13%로 중동과 아시아에 이어 3위에 그쳤다.
이 외에도 20억 달러 규모의 헝가리 삼성SDI의 배터리 공장 신축 공사 수주로 인해 유럽 지역 수주액(24억4300만 달러)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 증가하며 이미 지난해 연간 수주액(21억1000만 달러)을 상회했으나, 비중이 5%에 불과한 중남미 및 아프리카는 기업의 수주 활동 위축 등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에 이어 '원팀 코리아'를 외치며 올해 해외수주 목표를 400억 달러로 높여 잡은 바 있다. 국내건설 시장의 부진을 해외건설 시장에서 채우기 위해 2027년까지 500억 달러 수주를 달성시키겠다는 로드맵도 세웠다.
그러나 올해를 3개월밖에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목표치의 절반밖에 채우지 못하자 업계에서는 올해 목표 달성을 두고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근 5년간 연간 해외건설 수주액을 비교해 보면 △2020년 351억 달러 △2021년 306억 달러 △2022년 310억 달러 △2023년 333억 달러 등 대부분 300억 달러 초중반 수준이었는데 올해도 이와 비슷한 수준에 머무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해외건설협회는 "올해 3분기 누주 수주액은 최근 5년 1~3분기 평균(197억 달러) 및 최근 8년 연간 평균(201억 달러)과 비교하면 소폭 상회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러시아-우크라이나 및 중동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와 계속되는 고물가 기조로 건설업계 전반에 드리워진 불확실성이 해외건설 발주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손태홍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실장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 이스라엘과 하마스 무력 충돌의 확전, 고물가 지속, 미국 등 주요 국가의 선거 결과에 따른 영향 등은 시장의 변동성을 키울 것"이라며 "누적 해외건설 수주액 1조 달러 달성을 위해선 개별 기업의 수준이 아니라 국가 차원의 역량을 기반으로 하는 지속 가능한 수주 경쟁력 확보가 필요하다"고 했다.
Copyright © 이코노믹데일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