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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기 합산 영업익 1조원 전망에도 못 웃는 통신 3사

성상영 기자 2024-10-15 05:02:00
다음달 초 3분기 실적 발표 앞둬 1조2000억원대 영업익 거둘 듯 호실적에 보유 현금도 크게 늘어 '통신비 인하' 목소리는 거세져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사진=연합뉴스]
[이코노믹데일리] SK텔레콤과 KT·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의 올해 3분기 합산 영업이익이 1조원을 가뿐히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들의 표정은 밝지 않다. 5세대 이동통신(5G) 가입자 수 정체에도 견조한 실적 흐름이 이어지면서 통신비 인하 압박이 덩달아 커지고 있어서다.

14일 통신 업계에 따르면 3사는 다음달 초순께 3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추정한 통신 3사의 3분기 영업이익 합계는 1조2323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1조742억원)보다 14.7% 증가한 수준이다. 통신사별로 SK텔레콤은 1년 전보다 5.4% 늘어난 5251억원, KT는 41.3% 증가한 4549억원의 영업이익을 각각 거둘 것으로 전망됐다. LG유플러스는 소폭(0.8%) 감소한 2523억원으로 예측됐다.

◆ 비용·투자 하향세…영업익 年 5조 시대 여나

통신 3사는 지난 1분기(1조2259억원)와 2분기(1조2839억원)에도 1조원 넘는 분기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러한 추세가 계속 이어진다면 올해 5조원 가까운 합산 영업이익 달성도 기대된다.

통신 3사의 연간 합산 영업이익은 지난 2021년 4조379억원으로 사상 처음 4조원 시대를 연 이후 지난해에는 4조4008억원까지 늘었다. 이동통신 가입자가 포화 상태에 이른 탓에 성장세가 주춤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지만 기업을 대상으로 한 B2B 사업이 호조인 덕분에 수익성이 개선됐다.

합산 영업이익이 증가한 가장 큰 요인으로는 마케팅 비용 감소가 꼽힌다. 김홍식 하나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원은 "애플 아이폰 신모델 출시에도 시장 과열을 일으킬 만한 마케팅 이벤트가 부재했다"고 분석했다.

무엇보다 새로운 스마트폰이 출시되더라도 보조금 경쟁을 자제하는 기류가 강했다. 실제 SK텔레콤과 KT는 지난달 출시된 아이폰16 공시지원금을 각각 최대 25만원과 24만원으로 책정했다. 이는 1년 전 나온 아이폰15 시리즈(최대 42만원)보다 낮아진 금액이다. LG유플러스는 공시지원금 상한을 전년 수준(45만원)으로 유지했다. 올해는 가입자 유치 경쟁으로 인한 '대란'도 눈에 띄지 않았다.

게다가 비용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설비 투자(CAPEX·자본적 지출)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 5G 망 구축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가면서다. 통신 3사의 상반기 말 기준 설비 투자는 2조6080억원으로 전년 동기(3조2170억원) 대비 18.9% 감소했다. 5G 상용화 이듬해인 2020년 총 8조715억원에 달하는 설비 투자를 집행한 것과 비교하면 3분의1에 불과하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5G 망 구축은 올해 초에 사실상 완료된 상태"라며 "설비 투자 감소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넉넉해진 곳간에 "통신비 더 낮춰라" 압박

통신 3사가 곳간을 걸어잠그면서 여유 자금은 많아졌다. SK텔레콤의 올해 상반기 말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조5735억원으로 지난해 말(1조4550억원)보다 8.1% 늘었다. KT는 같은 기간 2조8796억원에서 3조7867억원으로 31.5% 증가했고 LG유플러스는 5596억원에서 1조480억원으로 80% 넘게 급증했다.

비용은 줄어들고 현금은 쌓이자 통신비 인하 요구가 또 다시 거세지고 있다. 지난 8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국정감사에서는 통신요금 할인 혜택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원들의 지적이 잇따랐다.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올해 8월 말 기준으로 1230만명의 이용자가 선택약정할인에 가입하지 않았다"며 통신 3사와 주무 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제대로 홍보를 하지 않아 가입자들이 1조4000억원에 달하는 혜택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선택약정할인은 12개월 또는 24개월 약정을 하는 대신 기본요금의 25%를 할인해주는 제도다.

4세대 롱 텀 에볼루션(LTE) 요금제와 5G 요금제 간 가격 역전 현상에 대해서도 질책이 이어졌다.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1300만명에 달하는 LTE 요금제 이용자가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부터 LTE 전용 단말기에서도 5G 요금제 이용이 가능해졌지만 많은 소비자가 이 사실을 몰라 5G보다 비싼 돈을 내고 LTE를 쓴다는 것이다.

통신 3사는 "가만히 앉아서 돈 번다"는 듯한 인식이 내심 불편하다. 통신 3사는 올해 초 정부가 통신비를 낮추라고 압박하자 3만원대 저가 5G 요금제를 내놨다. 가격 역전 현상은 당시 LTE 요금제를 그대로 두면서 발생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선택약정할인 역시 약정 만료 전 네 차례에 걸쳐 문자메시지를 보내 재약정을 안내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강도현 과기부 2차관은 국정감사에서 "선택약정할인을 자동으로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통신사들은 현금성 자산이 늘어난 것도 단순히 곳간 채우기가 아니라 투자 재원 확보 차원이라고 강조한다. 통신 3사는 최근 인공지능(AI) 분야에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올해 들어서만 미국 AI 관련 스타트업에 3000억원가량을 투자했고 KT는 지난 11일 마이크로소프트와 함께 향후 5년간 총 2조4000억원을 쏟아붓겠다고 발표했다. LG유플러스도 2028년까지 1조3000억원을 투자해 기업용 AI 사업을 키운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