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치열한 1기 신도시 선도지구 경쟁... 건설사들은 "글쎄"

한석진 기자 2024-09-26 07:33:44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이코노믹데일리]  1기 신도시 재건축을 위한 선도지구 지정 신청접수가 시작되면서 재건축을 추진 중인 단지들은 동의율 확보에 막판 스퍼트를 올리고 있는 가운데 정작 건설사들은 '사업성 부족'을 이유로 시큰둥한 반응이다.
 
공사비 및 공공기여 완화나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 등 선행조치 없이는 재건축사업이 시공사 선정 단계부터 난항을 겪을 수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분당·일산·평촌·산본·중동 등 1기 신도시 정비사업 신도지구 지정을 위한 신청접수가 이달 23일부터 5일간 진행된다.
 
재건축대상 단지들은 신청 마감일인 오는 27일까지 평가 배점 비중이 가장 큰 주민동의율을 최대한 높이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일부 단지에서는 선도지구 평가 배점이 가장 높은 주민 동의율을 높이기 위해 마을버스 광고까지 내걸었다. 지난 추석 연휴에도 주민들의 동의서 작성을 독려했다
 
정비업계는 재건축 의지가 가장 높은 분당신도시의 경우 현재 선도지구 경쟁에 뛰어든 단지가 25~30곳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 단지 중 다수는 이미 90% 이상의 동의율을 확보한 가운데 만점인 95% 이상 확보를 위해 동의서 접수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에 대해 성남시 분당구에서 공인중개사 사무실을 운영하는 한 공인중개사는 "재건축 진행과 별개로 일단 선도지구로 선정되기만 해도 집값이 크게 오를 가능성이 있다"며 "현재 동의율 90%를 넘긴 단지가 워낙 많아 만점인 95%를 충족시켜야 겨우 경쟁해볼 수 있는 구조라는 이야기도 돈다"고 귀띔했다.
 
그러나 과열 양상을 보이는 1기 신도시 현장과 달리 건설사들은 시큰둥한 분위기다.
 
현재 상황대로라면 1기 신도시 재건축 참여요인이 크지 않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 중론이다.
 
가장 큰 문제점으로는 역시 사업성이다.
 
정부는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1기신도시 특별법)'을 통해 용적률 최고 500%까지 허용, 안전진단 면제 등 규제완화책을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공사비와 금융비용 부담이 여전히 큰 데다 추가분담금 등 문제도 산적해 정부가 제시한 혜택으로는 원활한 사업추진이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분당과 평촌을 제외하면 집값 자체가 상대적으로 낮아 재건축 예상수익이 크지 않다는 것도 사업저해 요인으로 꼽힌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사업성과 상징성이 모두 큰 서울 강남권 사업지도 들어가기 벅찬 상황"이라며 "이런 시점에 아직 불안정성이 큰 1기 신도시 사업에 참여하는 것은 불확실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장상황은 언제든 바뀌겠지만 현 시점에선 사업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분당을 제외하면 1기 신도시 대부분 용적률 150∼200%이상 중층단지 비율이 높다"며 "재건축을 해도 늘어나는 일반분양분이 많지 않아 조합원 추가분담금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어 "사업성이 좋지 않은 단지는 현재 집값보다 추가분담금이 더 나올 수 있다"며 "건설사 입장에서 1기 신도시는 사업이 수월한 곳이 결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나마 사업성이 좋다고 평가받는 분당은 공공기여 리스크가 우려되고 있다.
 
해당 지역은 타 사업지보다 경쟁이 치열한 탓에 주민동의율 변별력이 떨어지고 대신 공공기여 추가 여부에 따라 당락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즉 공공기여에 할당되는 사업지 면적이 늘어날수록 가점을 최대 6점까지 더 받을 수 있는 구조다.
 
이에 일부 사업지에선 재건축추진위원회가 공공기여 항목을 추가하려 하자 반대 측 주민들이 '동의 철회'를 예고하는 등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여소야대 정국 탓에 재초환 폐지법안 통과가 미지수인 것도 우려스러운 부분으로 꼽힌다.
 
한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 계획대로라면 빨라야 3년 후 착공인데 그때까지 공사비가 더 오르지 않겠느냐"며 "재초환 폐지를 비롯한 사업성 추가확보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