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주주보호 입법해야 '밸류업' 가능"

임효진 기자 2024-09-20 21:01:11
기업의 이사회 독립성과 전문성이 주주 가치 제고에 필수 "대법원의 삼성전자-제일모직 합병 판결로 주주 수탈 범람"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이 20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밸류업 중간평가,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사진=임효진]
[이코노믹데일리] 기업의 이사회가 독립성을 지킬 수 있도록 주주 보호 입법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이 성장하려면 재투자와 주주 환원을 적절히 조율하고 자본 비용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이 20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밸류업 중간평가,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진행한 세미나에서 나온 내용이다.

김규식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이사는 “기업의 이사회 독립성과 전문성은 주주 가치를 제고하는 데 필수 사항”이라며 “이사회가 독립적이지 못하거나 전문성이 결여된 경우 기업은 장기적으로 성장할 수 없으며 주주의 이익도 보호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이사는 현재 한국 자본 시장과 관련해 “대법원이 삼성전자-제일모직 합병 판결에서 주주 보호 의무가 없다고 판단하며 주주 수탈이 범람하기 시작했다”며 “이 판결이 국내 거버넌스 환경을 30년 전 수준으로 돌려놨다”고 지적했다.

이어 “주주의 이익을 헐값으로 탈취하는 일이 한국에서 너무 흔하게 발생하고 있다”고도 비판했다.

주주이익 편취 사례로 든 것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 함께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합병이다. 불공정한 합병 비율로 오너 일가가 주주 이익을 빼앗았다는 것이다.
김 이사는 두 사례를 언급하며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서는 명백한 범죄 행위로 간주되지만, 한국에서는 법적 보호 장치가 부족해 이를 바로잡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주주 환원이 단순히 배당과 자사주 매입에만 국한돼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김우진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는 “밸류업은 기업의 자본 비용을 인식하는 게 기본”이라며 “궁극적 목표는 주주 환원이나 재투자를 통해서 기업가치와 시가총액을 올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자기자본이익률(ROE)과 자기자본비용(COE)을 고려해 주주 환원과 재투자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투자자들이 기업을 믿지 못하기 때문에 배당 등 주주 환원이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ROE는 기업이 주주의 자본을 활용해 얼마나 이익을 창출했는지 보여주는 지표고 COE는 기업이 주식을 발행했을 때 주주들이 요구하는 최소한의 기대 수익률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