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적자 '제주소주' 품은 오비맥주…소주 시장서 두각 나타낼까

김아령 기자 2024-09-12 10:13:49
신세계L&B로부터 인수…K-소주 붐 타고 수출 추진 오비 해외 영업망 활용…카스 시너지 효과 기대
신세계 제주소주 '푸른밤' [사진=제주소주]

[이코노믹데일리] 국내 맥주 1위업체 오비맥주가 신세계L&B로부터 ‘제주소주’를 인수하고 소주시장에 첫 진출한다. 해외에서 K-소주 열풍이 거세지는 가운데 오비맥주의 해외 영업망을 기반으로 소주 수출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제주소주의 4년간 누적된 영업손실이 434억원에 달하는 만큼 실적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오비맥주가 국내 맥주 점유율 1위 상품인 ‘카스’와 함께 소주 사업의 시너지를 높일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향후 소주 시장 판도를 뒤집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12일 오비맥주와 신세계L&B에 따르면 세계 최대 맥주회사 AB인베브의 자회사인 오비맥주는 신세계그룹 주류 계열사인 신세계L&B가 운영하는 제주소주를 인수합병하기로 했다.
 
오비맥주는 제주소주의 생산용지와 설비, 지하수 이용권 등을 양도받아 새로운 소주 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매각 금액은 500~1000억원 안팎으로 추정되며 이르면 연내 본계약을 체결할 전망이다.
 
제주소주는 지난 2016년 이마트가 인수해 2021년까지 인수비용을 포함해 750억원을 투입했지만, 수백억원의 누적 영업손실을 내는 등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지난 2021년 신세계L&B 손에 넘겨졌다. 2017~2020년 4년간 누적 영업손실은 434억원에 달한다.
 
제주소주는 2021년 소주 브랜드 ‘푸른밤’을 단종한 이후 국내 소주 사업을 중단했다. 2022년부터 베트남, 싱가포르, 태국 등 동남아 국가를 중심으로 소주 수출을 확대하며 해외 네트워크를 구축해 왔다.
 
해외에서 K-소주 인기가 높아지자 오비맥주가 소주 사업에 진출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소주 수출액은 10년 만에 1억달러(약 1340억원)를 넘어섰다.
 
오비맥주가 제주소주를 인수해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가 양강 체제를 이룬 국내 소주 시장 판도가 바뀔지 관심을 모은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소주 소매 시장에서 하이트진로는 59.8%, 롯데칠성음료는 18%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오비맥주는 카스와 제주소주 브랜드의 강점과 한류를 넘어 식음료까지 확장되는 K-열풍의 성장세를 활용해 글로벌 소비자를 대상으로 더 다양한 한국 주류를 선보일 계획이다.
 
구자범 오비맥주 수석부사장은 “이번 인수는 오비맥주의 장기 성장 전략의 일환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것”이라며 “오비맥주는 한국 소비자에게 최고의 맥주 경험을 제공하는 데 전념하는 동시에 이번 인수를 통해 카스의 수출 네트워크 확장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