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스페인의 일부 관광 명소 수돗물이 이제 너무 짜서 마실 수 없게 됐다. 지중해에 면한 일부 지역이 심각한 장기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주민들과 방문객들은 생수나 탱크에 담긴 식수를 받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CNN은 지난달 27일(이하 현지시간) 스페인 남동부 알리칸테 지방(Alicante province)의 지중해 해안선을 따라 100마일 이상 뻗어 있는 코스타 블랑카(Costa Blanca)의 몇몇 마을들이 비 부족으로 인해 지하수 수위가 낮아지며 바닷물이 유입돼 식수가 오염됐다고 전했다.
CNN에 따르면 이 문제는 지난 몇 달 동안 지속되고 있다. 앞서 지난 3월 이 지역의 물 관리를 담당하는 주카르강(Júcar river) 유역 당국은 알리칸테 일부 지역에 “극히 드문 가뭄의 예외적 상황”임을 선언했다.
그러나 여름 동안 관광객 유입으로 식수와 휴양을 위한 물 수요가 증가하면서 위기가 악화됐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 지역에는 약 3만8000개의 수영장이 있으며, 이는 주민 5명당 1개 정도에 해당된다. 지역 인구는 약 1만2000명이지만 여름에는 (관광객 유입으로 인해) 5배로 불어나기도 하는 테울라다-모라이라(Teulada-Moraira) 지방자치단체는 몇 달 동안 염분 농도가 상승하자 지난달 수돗물이 소비에 부적합하다고 선언했다. 지난 6월에는 한 우물에서 염분 농도가 평소보다 10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당국은 식수 탱크를 설치했으며, 일주일에 1인당 최대 20ℓ까지 받아갈 수 있도록 했다.
인근 엘 포블 누 드 베니탁셀(El Poble Nou de Benitaxell)에서 당국은 지난 6월 “강우량이 모자라 (앞으로) 2년 동안 식수가 높은 염분 농도를 갖게 된 매우 심각한 상황을 겪고 있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이 지역의 미겔 앙헬 가르시아 부이게스(Miguel Ángel García Buigues) 시장은 수돗물 음용 금지를 선언하며 수돗물로는 요리도 하지 말라고 권고했다. 당국은 현재 무료 생수를 주민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CNN은 적어도 향후 몇 주 동안은 어떤 안도감도 느낄 수 없을 것 같다고 전했다. 스페인 국립기상청(AEMET)의 기후학자 호세 앙헬 누녜스 모라(José Ángel Núñez Mora)는 단기적으로 광범위한 비가 내릴 것이란 예보가 없다며 이번 가뭄 피해 지역에서 비는 보통 10월까지 지속적으로 내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번 가뭄 피해 마을이 위치한 알리칸테 지역인 마리나 알타(Marina Alta)에서는 평소 예상했던 비의 4분의 1도 안 되는 강우량을 기록했다. 누녜스 모라는 “지금과 같이 건조한 12개월같은 전례는 없다”며 “피해 지역은 어느 정도 가뭄에 익숙한 지역이지만 가뭄이 한층 더 심화되고 장기간 지속되면 그 영향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Copyright © 이코노믹데일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