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키옥시아홀딩스는 지난달 23일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 신청서를 제출했다. 상장 목표 시점은 오는 10월이다. 상장 시 예상되는 시가총액은 1조5000억엔(약 13조7000억원)이다. 키옥시아는 상장 후 확보한 대출 상환금과 투자금으로 낸드 신규라인을 증설할 계획이다.
이에 키옥시아 상장이 SK하이닉스에 상당한 수익을 안겨줄 거라는 해석이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018년 키옥시아(당시 도시바메모리)에 컨소시엄을 통해 약 4조원을 투자해 현재 15% 지분을 보유 중이다.
키옥시아가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 받는다면 SK그룹은 손실 없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 마련한 투자금은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인공지능(AI) 반도체에 주력할 수도 있다.
키옥시아의 상장이 SK하이닉스에 호재로만 작용하지는 않을 거라는 주장도 있다.
상장 후 키옥시아가 미국의 반도체 업체인 웨스턴디지털(WD)과 합병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있어서다. 키옥시아는 낸드 시장 점유율 1위인 삼성전자에 대항하기 위해 지난해 WD와의 메모리 부문 통합을 추진한 바 있다.
SK하이닉스는 그동안 키옥시아와 WD가 합병하면 낸드 시장에서 점유율이 감소하고 시장 지배력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점을 들어 합병에 반대표를 던졌다. 실제 합병이 성사되면 키옥시아와 WD의 합산 시장 점유율은 24%가 된다. 올 1분기 글로벌 낸드 시장 점유율 1위는 36.7%인 삼성전자다. 그 뒤를 SK하이닉스(22.2%), 키옥시아(12.4%), 마이크론(11.7%), WD(11.6%)가 이어가고 있다.
일본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도 부담이다. 키옥시아 성장을 자국 반도체 산업 부흥의 핵심 요소로 본 일본 정부는 상장과 함께 전폭적인 지원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일본 정부 지원을 등에 업은 키옥시아가 SK하이닉스와의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다.
다만 아직까지 키옥시아의 실적이 부진하고 낸드 업황도 좋지 않아 상장하자마자 큰 성과를 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전문가는 "낸드 시장의 회복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키옥시아가 상장 후 당장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Copyright © 이코노믹데일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