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실적부터 전고체, ESS까지···삼성SDI '나홀로 다른 길' 걷는다

유환 기자 2024-07-31 17:59:59
배터리 3사 중 독보적 영업이익 기록 수익성 위주 보수적 투자전략 덕분 ESS에서도 LFP 대신 NCA 활용해 수주 전고체배터리 양산 시점 지적 나오기도
경기 용인시에 위치한 삼성SDI 본사 앞 로고 조형물 모습[사진=연합뉴스]
[이코노믹데일리]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전기차 캐즘(전기차 판매정체)'으로 매출 하락을 고민하는 가운데 삼성SDI만 '나 홀로 흑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수익성 중심 경영 전략이 통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향후 에너지저장장치(ESS)·전고체 배터리 분야에서 수익성을 끌어올릴 계획을 세우고 있다.

삼성SDI는 올해 2분기 실적으로 매출 4조4501억원, 영업이익 2802억원을 거뒀다고 30일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1조3904억원(23.8%), 1699억원(33.7%) 감소한 실적이지만 경쟁사 상황을 고려하면 '선방했다'는 평가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 2분기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세액공제(AMPC)를 제외하면 사실상 2525억원의 영업 손실을 냈고, 올 1분기에도 AMPC 제외 시 316억원 적자였다. SK온은 지난 1분기 331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는데, 2분기엔 4200억원까지 손실 규모가 확대될 전망이다.

삼성SDI가 흑자를 이어올 수 있었던 비결엔 '수익성 우위의 질적 성장' 전략이 있었다. 무리하게 설비를 늘리는 양적 투자를 지양하고 보수적 투자로 수익성을 우선하는 걸 의미한다. 최윤호 삼성SDI 사장의 3대 경영 전략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런 전략은 삼성SDI가 고급차 브랜드 위주로 납품한다는 점에서 드러난다. 삼성SDI는 BMW와 폭스바겐 그룹의 아우디 등을 중심으로 배터리를 납품하고 있다. 차량 가격이 높은 만큼 배터리 가격도 상대적으로 높게 책정됐을 수밖에 없다.

합작투자 공장 설립을 최소화해 건설·유지 비용을 줄인 영향도 있다. 삼성SDI는 스텔란티스, 제너럴모터스(GM)와 함께 미국에 합작 공장 3곳을 건설 중이다. 이들 공장의 연간 배터리 생산 능력은 총 97기가와트시(GWh) 수준이다.

미국 내에서만 합작 공장 6곳(합산 259GWh)을 가동·건설 중인 LG에너지솔루션이나, 미국 내 합작 공장 3곳(합산 127GWh)을 건설 중인 SK온에 비해 작은 규모다.

익명을 요구한 배터리 업계 전문가는 "배터리 사업은 대규모 장치 사업으로 막대한 초기 투자가 필요한 것에 비해 수익이 바로 나오는 구조는 아니다"라며 "삼성SDI가 나머지 두 업체에 비해 덜 투자한 게 매출에도 일부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4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코리아스마트그리드엑스포 2024에 설치됐던 삼성SDI 부스 전경[사진=삼성SDI]

삼성SDI는 이 같은 호조세를 이어가기 위해 높은 성장성을 갖춘 ESS와 전고체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다. ESS는 대량의 전력을 저장할 수 있는 장치로 주로 재생에너지 발전소와 연계해 전력망을 안정화하는 용도로 쓰인다. 우리 시간으로 지난 4일엔 미국에서 약 1조원 규모의 ESS 수주에 성공했다고 알려졌다.

특히 리튬인산철(LFP) 대신 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 삼원계로 대규모 ESS 수주에 성공했다. ESS에는 대량의 배터리가 필요해 비싸고 고성능인 삼원계보다 저렴하되 적당한 성능을 내는 LFP가 주로 쓰인다. LG에너지솔루션도 지난 4월 미국에 ESS용 LFP배터리 공장을 착공했다. 반면 삼성SDI는 2026년부터 LFP 배터리를 양산할 예정이다. 이미 기술력이 입증된 상황에서 당장 NCA에서 LFP로 전환할 필요성까진 느끼지 못하는 걸로 보인다.

전고체 배터리도 삼성SDI가 자신감을 보이는 부분이다. 전고체 배터리는 내부 구성물을 모두 고체로 만든 배터리를 의미한다. 기존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와 안전성이 월등히 높아 일명 '꿈의 배터리'로도 불린다.

삼성SDI의 전고체 배터리 양산 목표 시점은 2027년이다. 양산 시점을 2030년으로 잡은 LG에너지솔루션이나 2029년을 목표로 잡은 SK온보다 3~4년 가량 빠르다. 당장 올 하반기부터 생산 공법 확정과 설비 투자를 시작할 계획이다.

다만 삼성SDI의 독보적 행보 여부를 두고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박철완 서정대 스마트자동차학과 교수는 "삼성SDI가 수익성 중심 사업으로 좋은 실적을 거둔 건 맞지만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대해선 양산 시점을 너무 이르게 잡았다"며 "목표 시점까지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성공하지 못한다면 나머지 두 업체와 마찬가지로 부진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