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매각 난항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높은 몸값에 노조 리스크까지

김아령 기자 2024-07-23 06:00:00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우선 매각 협상 진행 알리·쿠팡·농협 등 인수 가능 후보군 '손사래' 높은 몸값과 노조 리스크 등 걸림돌 산적
홈플러스 본사 전경 [사진=홈플러스]

[이코노믹데일리] 매물로 나온 홈플러스의 기업형 슈퍼마켓(SSM) ‘홈플러스 익스프레스’가 무성한 인수설에 비해 좀처럼 새 주인을 찾지 못하면서 자존심을 구기고 있다. 지난달 중국 알리익스프레스에 이어 쿠팡, 농협까지 인수 후보로 거론됐지만 해당 업체들이 이를 부인하면서다.
 
업계는 경기불황 등으로 인해 신규 투자가 쉽지 않다는 점을 리스크로 보고 있다. 설사 인수 후보자가 나오더라도 ‘높은 몸값’을 둘러싼 매각측과의 줄다리기로 최종 매각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게다가 홈플러스 노조까지 매각에 반대하며 투쟁을 벌이고 있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의 새 주인 찾기는 당분간 쉽지 않을 전망이다.
 
2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 대주주인 사모펀드 MBK파트너스는 최근 모건스탠리를 매각 주관사로 선정하고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시장에 내놨다. 이후 현재까지 국내외 유통업체 등 10여 곳에 투자설명서를 배포하며 매각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MBK파트너스는 지난 2015년 테스코로부터 7조2000억원에 홈플러스를 인수했다. 내년이면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를 인수한 지 10년으로 투자 만기 시점이다.
 
업계는 MBK파트너스가 덩치가 큰 홈플러스를 품을 인수자를 찾기가 어렵게 되자 SSM 사업 일부를 떼어내는 ‘부분 매각’으로 투자금 일부를 회수하겠다는 의도로 보고 있다.
 
2004년 출범한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전국 310여개 매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GS더프레시(GS리테일), 이마트에브리데이(이마트), 롯데슈퍼(롯데쇼핑) 등과 경쟁하고 있다. 매장 대부분(235개)이 수도권에 위치하고 있고 경기 지역에 자체 냉장 물류센터 두 곳을 가지고 있어 퀵커머스에 강점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작년 1월부터 11월까지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1시간 즉시배송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2% 증가했다.
 
하지만 분리매각 추진 사실이 공개된 뒤 한 달이 지난 상황에서 이렇다 할 인수 후보가 나타나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경기 불황과 소비 침체로 유통 업황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살만한 기업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설사 인수 후보자가 나오더라도 몸값을 둘러싼 매각측과의 줄다리기로 최종 매각에 이르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MBK파트너스는 상각전영업이익(EBITDA) 1000억원의 10배인 최대 1조원을 희망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런 상황에서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몸값을 감당할 만한 인수 후보가 마땅찮다는 게 업계 평가다.
 
노조의 반발도 매각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홈플러스 노조는 다음 달 22일 서울 청진동 MBK 본사 앞에서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분할 매각 반대 결의대회를 열 계획이다.
 
노조 측은 “수퍼마켓 사업만 분리한다면 홈플러스의 경쟁력이 상실될 것”이라며 “MBK가 인수 당시 생긴 차입금을 갚기 위해 영업이익을 내도 순손실을 이어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어 노조는 “국민이 키워준 홈플러스를 투기자본 사모펀드 MBK가 오로지 투자금 회수만을 위해 산산조각내고 있으면서 직원들에게는 가만히 있으라고 한다”며 “단결된 힘으로 밀실 매각과 분할매각을 저지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영업손실 1994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적자 폭을 줄였지만 당기순손실은 전년보다 1284억원 늘어난 5742억원을 기록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홈플러스익스프레스 매각은 투자 회수 목적이 아니며 매각이 성사된다면 핵심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 재원과 재무구조 개선에 매각 대금이 전액 사용될 것”이라며 “고용안전을 전제로 매각을 진행할 것이라는 점을 명확하게 밝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