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회장은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SK 서린사옥에서 열린 임시 수펙스추구협의회에 참석해 노 관장과 벌인 이혼 소송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최 회장은 "개인적인 일로 SK 구성원과 이해관계자 모두에게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면서도 "SK와 국가 경제 모두에 부정적인 영향이 없도록 묵묵하게 소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SK그룹은 이날 회의에 대해 "항소심 판결이 최 회장 개인을 넘어 그룹 가치와 역사를 심각히 훼손한 만큼 그룹 차원의 입장 정리와 대책 논의 등이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 한 경영진의 발의로 임시 소집됐다"고 설명했다.
최창원 SK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주재로 열린 회의에서 최 회장은 "사법부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지만 SK가 성장해온 역사를 부정한 이번 판결에는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며 "SK와 구성원 모두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진실을 바로잡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판결로 지난 71년간 쌓아온 SK그룹 가치와 그 가치를 만들어 온 구성원들의 명예, 자부심에 큰 상처를 입어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회의에 참석한 이유를 전했다.
앞서 서울고등법원 가사2부(김시철·김옥곤·이동현 부장판사)는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지급할 위자료와 재산 분할 금액으로 각각 20억원과 1조3808억원을 선고했다. 위자료와 재산 분할 금액 모두 역대 이혼 판결 가운데 최고액이다.
재판부는 과거 6공화국(노태우 정부) 시절 대통령의 사돈 기업인 SK가 각종 특혜를 받았다고 보고 노 관장이 가져갈 재산 비율을 35%로 정했다. 최태원 회장 장인이자 노 관장의 부친인 노태우 전 대통령의 직·간접적 도움 덕분에 SK가 증권업과 통신업에 진출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특히 이 과정에 노 전 대통령이 조성한 비자금 300억원이 SK 측에 흘러 들어갔을 가능성을 암시했다.
수펙스추구협의회에 참석한 SK그룹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은 재판부의 이러한 판단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일부 CEO는 "노태우 정부 당시 압도적인 점수로 제2 이동통신 사업권을 따고도 정부의 압력 때문에 일주일 만에 사업권을 반납한 것은 역사적 사실"이라며 "직접 경험한 일이기도 하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CEO들은 "김영삼 정부 출범 이후 어렵게 한국이동통신을 인수해 이동통신 사업에 진출했는데 마치 정경유착이나 부정한 자금으로 SK가 성장한 것처럼 곡해한 법원 판단에 참담한 심정"이라는 입장도 내비쳤다. 이들은 이른바 '6공 특혜론'에 "결연히 대처하겠다"는 뜻을 모았다.
SK그룹 경영진은 이날 수펙스추구협의회에서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소송 2심 판결이 경영에 미칠 파장을 점검하고 대책을 논의했다. 최창원 의장은 "CEO들부터 솔선수범하며 흔들림 없이 업무에 충실하고 기업 가치와 사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노력을 평소와 다름없이 해 나가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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