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더블이냐 트리플이냐"…낸드, 이젠 '단수싸움' 아닌 '스택싸움'

고은서 기자 2024-05-07 16:21:50
높이 쌓기 경쟁에서 생산성 경쟁으로 더블스택, 트리플스택에 비해 효율적 업계 "300단 이상엔 트리플 불가피"
SK하이닉스가 지난해 샘플을 공개한 세계 최고층 '321단 4D 낸드'. 내년 초 양산 예정이다.[사진=SK하이닉스]
[이코노믹데일리] 반도체 핵심기술 중 하나인 낸드(NAND)플래시 메모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기업들의 싸움이 '단수'경쟁에서 '스택'경쟁으로 확장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단순 용량보다는 생산 효율성이 낸드 기술 경쟁력을 가르는 요소로 떠오르면서 벌어지는 싸움"이라고 7일 밝혔다. 

낸드는 소비자 전자 제품부터 클라우드 컴퓨팅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는 중요한 저장장치다. D램과 함께 전 세계 시장에서 국내 기업들이 크게 우위를 점하는 시장이기도 하다.

낸드 경쟁력의 핵심은 기본 저장 단위인 '셀'을 수직으로 쌓아올리는 기술이다. 데이터를 저장하는 셀을 높은 단수로 쌓을 수록 웨이퍼 한 장에서 생산할 수 있는 전체 용량이 그만큼 늘어난다. 

업계에서는 높이 쌓는 것만큼 쌓는 방법이 중요하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낸드는 셀을 한 번에 쌓을 수도 있고 나눠서 쌓은 후 합칠 수도 있다. 셀을 나누지 않고 한 번에 뚫는 기술은 싱글스택이라 한다. 두 번에 나눠 뚫고 합치면 더블스택, 셋으로 나눠 뚫고 합치면 트리플스택이 된다.

예를 들어 240단 낸드가 있다고 가정했을 때 240층을 한 번에 뚫으면 단일스택이다. 240단 낸드를 120단 두 개의 셀 묶음으로 위아래로 연결하면 더블스택, 80단 세 개의 셀 묶음으로 위아래로 연결하면 트리플스택이 된다.

생산성 측면에서 보면 단일스택이 가장 효율적이다. 스택이 늘어날수록 추가 공정이 필요하고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단수를 뚫는 에칭(식각) 기술이 부족하면 스택을 늘릴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삼성전자가 최근 '더블 스택'을 적용한 290단대 9세대 V낸드를 공개했다.[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최근 290단 수준의 9세대 V낸드를 출시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관계자는 "더블스택 구조로 구현할 수 있는 업계 최고 단수 제품"이라며 "더블스택 구조는 원가 절감·생산성 향상 측면에서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앞으로 출시될 300단 이상의 낸드에는 트리플스택 기술이 필수적으로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현존 기술로는 통상 1스택에 140단 수준만 쌓을 수 있어서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내년 초에 업계 최고층인 321단 낸드를 출시할 예정"이라며 "트리플스택 기술을 사용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