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의 실패는 1970~1980년대 네덜란드에서 반복됐다. 네덜란드는 1959년 북해에서 터진 가스전으로 수조원의 수익이 생겼지만 시간이 지나며 경제는 오히려 침체했다. 이렇게 자원이 오히려 성장에 걸림돌이 현상을 '네덜란드병' 혹은 '자원의 저주'라고 부른다.
자원 수출이 늘어나면 오히려 오히려 경제가 후퇴하는 역설은 대게 다음과 같은 흐름을 따른다. 자원 수출로 벌어들인 자본이 복지 정책으로 쓰이며 사회에 풀린다. 자본이 늘어나면서 물가가 오른다. 물가는 인건비를 높이고 다시 물가를 올리는 악순환을 만든다. 동시에 외화 유입으로 환율이 낮아지며 수출 경쟁력이 낮아진다.
네덜란드는 제조업 강국이었으나 자원 판매 수익이 늘어나며 경제가 악화했다. 1970년 중반 네덜란드의 제조업 수출은 국내총생산(GDP)의 27%였지만 1980년에 접어들며 20%까지 쪼그라들었다. 동 시기에 원유 수출은 GDP의 10%를 점유했다. 실업률은 1975년 4.3%에서 1983년 10%까지 두 배 넘게 치솟았다.
네덜란드는 이런 악순환을 첨단 기술 육성과 산업 구조 다각화로 풀어냈다. ASML 같은 초정밀·초미세 분야를 육성하며 세계적 기업을 키워냈고 무역·금융 등 서비스 산업 육성도 동시에 진행했다. 2000년대 들어선 GDP 중 제조업 수출 비중이 30%를 넘었고 자원 수출 비중은 5%에 머물고 있다.
다만 처음부터 자원으로 부를 쌓아온 중동 산유국들은 네덜란드 같은 전략으로 저주를 피하긴 어렵다. 이미 산업 구조가 특정 자원으로 편중된 상황에서 고인건비를 짊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수출 구조가 매우 기형적이다. 2021년 사우디 수출 품목을 보면 원유와 관련 제품이 70%에 이르고 에틸렌 등 석유화학 제품까지 합치면 90% 가까이 된다. 사우디를 비롯한 중동 산유국이 석화에 대규모 투자를 하는 배경에도 일반적인 제조업으론 산업 경쟁력을 가지기 힘들다는 이유가 있다.
한편 모든 산유국이 네덜란드병을 겪는 건 아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노르웨이는 북해 유전을 통해 막대한 이익을 거둬들였으나 수출 경쟁력을 잃지 않았다. 판매 수익을 소진하지 않고 국부 펀드에 귀속시켜 저축했기 때문이다. 노르웨이 국부펀드 규모는 이달 1일 기준으로 15조7648억 크로네(약 1960조8255억원)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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