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자수첩] 석유 시대, 생각보다 오래 간다

유환 수습기자 2024-02-27 17:20:38
탈석유 불황기에 추진 어려워 석유 수요 2030년까지 늘어나
[산업부=유환 수습기자]
[이코노믹데일리] "석유 시대는 쉽게 끝나지 않을 겁니다"

전기차 시대에 대해서 정유업계 관계자가 답한 내용이다. 2015년 탄소 배출 감축을 결의한 파리협정 이후로 친환경·ESG(환경, 사회, 지배구조)·탈탄소 등 탈석유가 지구촌에 새로운 헤게모니로 자리 잡았지만 정유업계는 두려움을 느끼지 않았다.

최근 전기차 업계가 뚜렷한 둔화세를 보였다. 시장조사 기관 SNE리서치는 올해 전기차 판매량이 지난해 대비 19.1%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지난해의 전년(2022년) 대비 성장률 33.4%보다 둔화한 수치다.

반면 전기모터와 내연기관을 함께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차량의 성장세는 가팔랐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는 올해 1월 국내 신규 판매 차량 3대 중 1대가 하이브리드 차량이었다고 알렸다. 주요국의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고도 전년 대비 30% 늘어나는 등 대세로 자리 잡는 모양새다.

ESG 경영 기류에도 변화가 감지됐다. 지난해 중순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최고경영자(CEO)인 래리 핑크(Larry Fink)는 "ESG란 용어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말해 화제를 모았다. 미국 내 보수층이 화석연료 제동 움직임에 반발하며 용어가 정치 쟁점화됐다는 게 이유였다.

이어 지난달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기업들이 ESG란 용어보다 '책임 경영'이란 단어를 더 선호한다고 분석했다. 신용평가사 S&P가 선정한 500대 기업 중 2021년엔 155곳이 ESG 경영을 선언했지만 지난해엔 61곳으로 급감했기 때문이다.

탈석유에 반대되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관측되는 이유는 고비용이 동반되기 때문이다. 일례로 전기차는 동급 내연기관 차량에 비해 1000~2000만원가량 더 비싸다. 이런 특성은 고금리 시기에 더욱 취약할 수밖에 없다. 2022년 미국의 금리에서 시작된 긴축 기조는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그 영향으로 보조금과 각종 친환경 정책이 축소되며 탈석유 시대를 뒤로 늦췄다.

한편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13일 보고서를 통해 세계 석유 수요량이 2024년 1억440만 일일 배럴(b/d)에서 2025년 1억625만 b/d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석유 수요는 2030년까지 점차 증가한 후 조금씩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2050년까진 연간 1억 b/d가량 수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