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한미사이언스는 지난해 그룹 계열사였던 한미헬스케어를 합병하면서 건강기능식품, 식품, 정보기술(IT) 솔루션 등 분야에서 자체 성장 동력을 갖춘 ‘사업형 지주회사’로 변모했다. 하지만 합병 과정에서 부채가 발생했다. 이에 한미그룹은 OCI 그룹과 통합을 통해 부채를 해결하고 기업 자금 기반도 마련했다.
하지만 두 그룹의 통합은 한미그룹의 오너일가 간 이견이 발생한 만큼 우려의 시선도 있다. 한미그룹은 지난달 15일 팩트체크라는 제목의 파일을 배포하고 한미그룹이 OCI에 매각된 것이 아님을 강조했으며, 이번 통합으로 양 그룹이 하나가 돼 공동 이사회를 구성하고 상생을 이루기 위해 노력할 것을 밝혔다. 마지막으로 통합 무산 가능성에 대해서 ‘가능성 없음’을 강력히 강조했다.
또 OCI가 최대주주로 있는 부광약품과 한미약품의 연구 분야가 겹치지 않아 구조조정 같은 연구개발(R&D) 조직에 대한 인위적 개편 없이도 양사 협력을 통해 더욱 속도감 있는 신약개발이 가능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미약품의 주요 연구 분야는 △대사·비만 △면역·표적 항암 △희귀질환 등에 집중하고 있으며, 최근 들어 비만 치료제 신약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비만 관련 신약 개발에 몰두하는 상황이다.
반면 부광약품은 △우울증 △파킨슨병 등 신경계 질환 분야의 신약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부광약품이 가지고 있는 6개 파이프라인 중, 4개가 중추신경계(CNS) 관련 신약이다. 현재 개발 속도가 빠른 치료제는 조현병 및 제1형 양극성 우울증 치료제 신약인 '라투다정'(루라시돈)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품목허가를 신청한 상태다. 대부분의 다른 개발 신약들도 임상 초기 단계에 진입해 개발 중이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두 회사의 신약 파이프라인이 겹치지 않기 때문에 R&D 조직에 대해 구조조정 같은 인위적 개편 없이도 협력을 통해 속도감 있는 신약개발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파이프라인에 초점을 두면서 통합 이후 자금 확보를 통해 각자의 영역에서 신약 개발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 한미약품과 부광약품이 협업할 경우 R&D 분야에서 서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부광약품도 지난해 매출의 20% 가까이 R&D 투자에 사용하는 연구개발 중심 기업이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수천억원 이상이 소요되는 글로벌 임상을 한미그룹이 ‘자체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기술력과 기반을 갖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임상 중간 단계에서 글로벌 빅파마와 라이선스 협상을 할 때, 원 개발사가 해당 후보물질을 끝까지 개발해 상용화시킬 수 있는 자금을 보유하고 있는지 여부는 협상의 주도권을 좌우하는 유용한 지렛대가 될 수 있다는 것이 한미그룹 측 설명이다.
한미그룹 관계자는 “협상 상대방과 계약 규모를 놓고 힘겨루기를 할 때, 원 개발사가 자체 개발해 상용화할 수 있는 체력을 가진 회사라는 점은 협상을 주도할 수 있는 ‘보이지 않는 지렛대’가 된다”며 “OCI그룹과의 통합은 한미의 신약개발 속도를 더욱 높일 수 있을 뿐 아니라, 향후 라이선스 계약 협상에 있어서도 매우 강력한 시너지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한미그룹이 첨단소재·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글로벌 역량을 확보한 OCI의 네트워크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의약품 등 헬스케어 제품의 유통과 첨단소재·신재생에너지 관련 유통 네트워크가 상이하지만, 각 국가별 거대 시장을 경험해 본 OCI의 노하우가 한미의 시장 접근과 수출 활로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한 OCI와의 통합으로 한미약품그룹의 신약 라이선스 계약 협상에도 시너지가 기대된다. 현재까지 한미약품그룹이 체결한 신약 라이선스 계약의 유형은 한국·중국·일본 등 직접 영업 가능한 지역을 제외하고는 상대 회사에 권리를 넘겨 왔다. 하지만 향후 신약 라이선스 계약 협상 시 OCI의 탄탄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직판이 가능해져 상용화 이후 매출 가치를 더욱 높여 나갈 수 있을것이라는 설명이다.
한미그룹 관계자는 “그동안 상속세 문제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오너 일가 지분 오버행 이슈에 따른 주가 하락, 중장기적으로는 지배주주의 지배력 약화로 인한 R&D 투자 동력 상실 및 이에 따른 기업 경쟁력 저하 등 여러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 OCI와의 통합으로 한미의 정체성과 철학을 공고히 지켜내면서, 최대주주의 상속세 문제로 인한 기업가치 하락 우려도 해소됐다”고 말했다.
이어 “OCI와의 통합이 오히려 ‘이종산업 간 결합’이기 때문에 시너지가 더 클 수 있다고 판단한 송영숙 회장과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의 담대한 결단이 ‘신의 한 수’ 였다"면서 “OCI와의 통합은 한미그룹이 진정한 ‘글로벌 플레이어’로 도약할 수 있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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