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아픈 손가락에서 '황금알' 될까…'SSM' 부활 날갯짓

김아령 기자 2024-01-31 18:22:33
GS더프레시 점포 내부 모습 [사진=GS리테일]

[이코노믹데일리] 대형마트에 밀려 빛을 보지 못했던 기업형 슈퍼마켓(SSM)이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할지 주목된다. 대형마트의 편리성과 다양함에 밀려 한때 퇴출 위기에 몰렸지만, 1인가구 노년층이 많아지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SSM은 주로 주상복합 단지 내 상가에 입점된다. 대형마트에 비해 소규모로 접근성이 좋고 편의점에 비해 신선식품과 식재료가 다양하다는 장점이 있다. 최근 정부가 의무휴업일 폐지와 함께 SSM의 새벽 시간대 온라인 배송 허용을 선언하면서 기업형 슈퍼마켓이 과거의 위상을 회복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31일 산업통상자원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전국 오프라인 SSM 매장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4.2% 늘었다. 대형마트(1.3%)를 앞질렀고, 편의점(4.2%)과 같은 신장률을 기록했다.
 
그동안 SSM은 대형마트와 편의점에 밀려 존재감이 흐릿했다. 지난 2022년 백화점(15.7%)과 편의점(10.8%) 모두 오프라인 매장 매출이 성장할 때 SSM 홀로 전년 대비 0.2% 하락했다.
 
SSM은 편의점이 업종 특성이나 매장 규모 면에서 그로서리 경쟁력을 갖추기는 어려울 것이라 판단하고 신선식품 상품군을 대폭 확대하며 ‘근거리 식품 전문점’으로의 체질 개선을 꾀했다.
 
갈수록 늘어나는 1∼2인 가구를 겨냥해 소량 포장 상품의 비중을 높이는 한편 점포별 입지 환경을 감안한 차별화 전략에도 신경을 썼다. 젊은 부부가 많은 신도시 지역 점포의 경우 밀키트와 같은 즉석식품 상품 구색을 확대하면서 소비자들에게 각인되기 시작했다. 지난해까지 롯데, 신세계 등이 오프라인 유통군 계열사 간 통합 작업에 속도를 낸 효과가 올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그중에서도 점포 수 기준으로 1위를 달리는 GS더프레시의 지난해 12월 말 기준 점포 수는 438점이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60점 증가한 수준이다.
 
실적 개선도 뚜렷하다. GS더프레시의 지난해 3분기 매출은 390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2%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132억원으로 무려 43.5%나 늘었다. 1∼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조890억원, 219억원으로 10.8%, 23.7% 증가해 연간 기준으로 2년 연속 흑자 달성은 물론 지난 수년 새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GS리테일은 올해 GS더프레시의 가맹점 신규 출점에 속도를 낸다. 이를 위해 체인오퍼레이션 구축, 차별화 상품 전략, 퀵커머스 강화, 신도시 출점 확대 전략을 지속 추진한다. 체인오퍼레이션은 가맹점의 효율을 개선하는 전략이다. 포장, 재고관리 등을 가맹 본부가 주도하는 식이다.
 
GS더프레시와 1·2위를 다투고 있는 롯데슈퍼도 반격에 나섰다. 지난해 말까지 직영점을 포함한 SSM 80여개점의 간판을 모두 롯데슈퍼(LOTTE SUPER)로 통일했다. 롯데슈퍼가 간판을 통일한 건 소비자 혼선을 줄여 시장에서 브랜드 경쟁력을 개선하기 위함이다.
 
그간 롯데슈퍼는 롯데프레시 등 총 7개 간판을 사용해왔는데 슈퍼 이미지가 잘 떠오르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롯데쇼핑에 따르면 롯데슈퍼는 지난해 3분기 기준 총 363개 점포를 운영 중이다.
 
실적 흐름도 나쁘지 않다. 롯데슈퍼의 작년 3분기 매출은 3470억원으로 1.3% 소폭 줄긴 했으나 영업이익은 146% 증가한 140억원을 기록하며 수익 구조가 한층 탄탄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1∼3분기 누계 영업이익은 지난해 동기 대비 1496% 급증한 27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현재 추세라면 2016년 이후 7년 만의 연간 흑자 달성이 유력시된다.
 
지난해 12월 기준 약 320점을 운영 중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올해 지역별 점포 특성을 반영한 리뉴얼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학동역점 리뉴얼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1~2인 가구, 직장인이 많은 상권 특성을 반영한 그랩앤고(Grab&Go) 상품을 강화했다.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 콘셉트를 슈퍼마켓으로 확대한 것이라는 게 홈플러스 측의 설명이다.
 
같은해 6월 홈플러스는 새롭게 개편한 통합 무료 멤버십 서비스 ‘홈플 원 등급제’를 선보였다. 대형마트와 익스프레스, 온라인몰 등 채널별로 운영하던 멤버십 제도를 하나로 묶어 고객 편의성과 혜택도 강화했다.
 
253점을 운영 중인 이마트 에브리데이는 기존 점포 매장 효율화와 신규 출점을 동시에 진행한다. 특히 이마트의 통합소싱을 바탕으로 상품 경쟁력을 개선한다. 한채양 이마트 대표가 이마트에브리데이, 이마트24 수장을 겸하고 있는 만큼 시너지를 극대화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이마트는 최근 통합추진사무국을 신설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의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식품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며 “전체 공간의 90%를 식품으로만 채운 새로운 형태의 매장을 선보이거나 1시간 이내 배송 시스템인 ‘퀵커머스’에 힘을 주는 등 식품 전문 매장으로서의 장점을 극대화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