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신간] 거꾸로 된 세계, '미국이 보는 중국'과 '한국이 보는 미국과 중국'

박명섭 기자 2024-01-13 21:16:49
클라이드 프레스토위츠 지음 / 강익현·김병규·김진호 옮김 / 박영사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불태(百戰不殆)"…미국의 대중국 필승 전략 제시 미·중 체제대결을 기반으로 과거와 현재 상황 조명…미·중 갈등의 핵심 원인 다뤄
거꾸로 된 세계 [사진=박영사]
[이코노믹데일리] 레이건 행정부 당시 외교관과 상무부장관 고문을 역임했고, 아버지 부시와 클린턴·오바마 정권에 이르기까지 수십 년 간 대중(對中) 업무를 수행한 미 외교관 출신 클라이드 프레스토위츠(83세, Clyde V. Prestowitz Jr.)의 저서 ‘거꾸로 된 세계’가 출간됐다. 

강익현·김병규·김진호가 공동번역한 이 책은 고대 중국의 ‘손자병법(孫子兵法)’의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의미로 △적을 알라(知彼) △나를 알면(知己) △백전불태(百戰不殆)의 세 파트로 구성했다. 미국과 중국의 체제대결을 기반으로 하는 과거와 현재 상황을 조명하면서 현재 국제사회에서 중국이 왜 위협적인가라는 문제와 미·중 갈등의 핵심 원인을 다뤘다.

경제전략연구소(Economic Strategy Institute)의 소장으로 현재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83세의 저자는 본인의 이력에 맞춰 ‘적’은 중국, ‘나’는 미국이란 입장에서 미국의 대중국 필승 전략을 이야기한다. 책은 무역과 금융을 포함해 국제공급망을 기초로 세계와 중국 사이에 벌어졌던 역사와 현실을 투사하고 있다. 그 중에서 중국 공산당의 경제와 대외전략을 세세하게 고찰하며, 현재 미국의 대중전략이 변화하고 있는 이유를 자세하게 설명한다.

제1 파트 ‘적을 알라’에서 저자는 공산당을 핵심으로한 중국 권위주의 세력이 자유세계를 천천히 해체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한다. 저자는 많은 전문가들이 1990년대 소련이 붕괴하고 신자유주의에 소련도 동참하는 미국 체제의 승리를 확신했고 중국도 그런 방향으로 나갈 것이라 기대했다고 한다. 특히, 2001년 중국에 대한 WTO 가입 허용으로 중국의 시장경제화와 국영기업의 변화가 이어질 것이라는 확신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 공산당을 핵심으로 하는 중국은 상당수 주요 기업을 국유화했고 주요 기업이나 국영기업의 CEO를 지명하고 통화의 가치를 관리하며 기업과 개인 데이터는 경제 및 정치적 목적으로 통제를 위해 수집되며, 국제 무역도 전략적 목적으로 언제라도 무기화될 수 있는 상황으로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제2 파트 ‘나를 알면’에서 저자는 닉슨 전 미 대통령이 생전 인터뷰에서 중국을 가리켜 “‘우리가 프랑켄슈타인을 만들었을지도 모른다’고 했다”며 미국에서 누가 이 ‘프랑켄슈타인 만들기’에 나섰나를 따졌다. 그러면서 지난해 타계한 헨리 키신저 박사가 중국에 양보를 거듭했다고 꼬집었다. 주한 미군 감축을 약속하는가 하면 닉슨에게 마오쩌둥을 황제처럼 대하라고 조언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아버지 부시 대통령은 1989년 천안문 사태 때 중국의 책임을 묻긴 고사하고 중국 지도자 비판 자제에 애를 썼다. 결국 키신저 협회처럼 베이징에 있는 친구 몇 명을 소개해 주고 막대한 수수료를 챙기는 새로운 매판 계급이 미국에 생겨났다”고 비판했다. 

제3 파트 ‘백전불태’에서는 '뉴욕타임스가 중국에서 배포될 수 없는데 왜 차이나데일리는 미국에서 유통되나?' 라는 질문으로 상호주의를 강조했다. 저자는 중국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 유지는 위험하고 비용도 많이 든다는 이유에서 공급망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미 상장기업과 같은 수준의 감사를 받지 않은 미 거래소 상장 중국 기업은 모두 상장 폐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자는 공산당 발전 방향이 미·중 관계가 원만하던 시기 미국이 예측했던 것과 다르다는 것을 부각하며 미국의 국내외 정치 대외전략인 인도·태평양전략으로 중국을 포위, 압박하는 것이 필연적인 면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과거 미국의 미래에 대한 예측이 틀렸다는 것이다. 그리고 현재 미국의 대중전략은 미국이 동맹국들을 위시해 세계 각지의 국가들이 같이 협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저자는 중국이 근 40여 년간 만들어낸 경제적 발전과 세계 시장에서 중국의 역할을 관련 국가들이 당분간 빨리 대체하기는 힘들다고 보고 있다. 이러한 국제관계의 복잡한 현황에 대해 중국이라는 특수한 당정국가 시스템과 국가자본주의에 대해 국제사회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말하고 있다. 그러나 개혁·개방 정책을 기초로 미국과 국제사회와 연결돼 경제 및 관련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중국의 변화를 단순하게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역자 김진호는 “현재 국제정세를 이해하는데 클라이드 프레스토위츠의 연구 결과물은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러한 저자의 결과물을 한국 독자가 ‘미국이 보는 중국’이라는 주제로 이해하고 ‘한국이 보는 미국과 중국’에 대한 시야를 확보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소개했다. 

천진환 김구재단 부이사장(전 LG그룹 중국지역본부 사장)은 서평을 통해 “우리는 이 책을 통해 미국의 중국에 대한 분석과 대중전략을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고, 역으로 중국의 전략이 어떠한 것인지 이해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이 책은 경제강국이 되는 과정과 관련된 세계정치를 이해하면서 현재 국제사회에서 일어나는 안보와 경제 이슈의 핵심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