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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슈퍼사이클? 반만 맞는 얘기…암모니아선 주목해야"

성상영·장은주 기자 2023-11-28 06:00:00
양종서 수출입은행 해외경제硏 수석연구원 "LNG선은 마이너한 시장, 2년 뒤 대비해야" "저가 경쟁 無의미…고비용 시대 전략 필요"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이코노믹데일리] 연일 수주 낭보를 전해온 조선업을 일컬어 '슈퍼사이클(초호황)'이 돌아왔다는 평가가 쏟아지고 있다. 카타르를 비롯해 전 세계에서 발주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물량을 HD현대와 삼성중공업이 싹쓸이한 것을 두고서다.

그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지난 22일 본지와 인터뷰에서 조선업 슈퍼사이클 진입설에 대해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얘기"라고 일축했다. 양 수석연구원은 "카타르 프로젝트 수주가 마무리되면 내년에는 수주가 주춤할 수 있다"며 "암모니아 추진·운반선에 주목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양 수석연구원에 따르면 잇따른 LNG선 발주는 국내 조선업계에 있어 천운과 같다. 과거 경험에 비춰 보면 지난 2014년부터 본격화한 불황은 20년 넘게 장기간 이어졌어야 했지만 환경 규제가 사이클에 변화를 줬다. 양 수석연구원은 "한국 조선업은 글로벌 환경 규제 덕분에 조기에 회복할 수 있었다"며 컨테이너선과 더불어 LNG선이 수요 회복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LNG 운반·추진선은 세계 선박 시장 규모와 비교하면 비중이 크지 않다는 게 양 수석연구원의 지적이다.

양 수석연구원은 더 엄격한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메탄올과 암모니아 등을 사용한 선박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LNG 주성분인 메탄 역시 이산화탄소 못지않게 온실효과를 유발한다고 알려졌다"며 "2025년부터 암모니아 엔진이 상용화되고 본격적인 수주가 예상된다"고 전했다.

암모니아선으로 방향을 전환하더라도 연료 비용은 해결해야 할 숙제다. 양 수석연구원은 수소를 예로 들며 "수력·풍력·태양광 등에서 나온 전기를 그 자체로 사용하는 게 가장 효율적인데 수소 에너지는 끊임없이 비효율·고비용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블루 암모니아(석유화학 공정에서 나온 부생 가스를 포집해 생산한 암모니아)까지는 인류가 감내하며 사용할 수 있을 걸로 본다"고 설명했다.

과거 오랜 구조조정으로 붕괴된 생태계를 재건하는 것도 급선무다. 양 수석연구원은 특히 인력 부족을 심각한 문제로 꼽았다. 그는 "조선업이 노동집약적이고 후진국 산업이라는 인식은 편견"이라며 "조선업은 기술 산업이고 인건비를 현실적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 수석연구원은 인건비 인상 없이 외국 인력으로 버틴다는 방식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라고 했다.

한국 조선업이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환경 규제에 따른 연료비 상승, 숙련공 확보를 위한 인건비 현실화 등 고비용 체제에 맞는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조언도 내놨다. 양 수석연구원은 "중국이 저가 공세를 폈다고 하지만 세계 발주 물량 전부를 중국 조선업체가 가져갈 순 없다"며 "세계 조선업은 앞으로 고비용 구조로 갈 수밖에 없고 따라서 비용 중심 경쟁에서 탈피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