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피치, 美 신용등급 'AA+' 격하…향후 여파 '옥신각신' [종합]

박이삭 기자 2023-08-02 17:40:51
재정 악화·채무부담·거버넌스 악화 '3중고' "별 영향 없다" vs "경고 시그널이다" 팽팽
지난 5월 케빈 매카시 미국 하원의장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채무한도 협상을 진행하는 모습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이코노믹데일리]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가 미국 국가신용등급을 'AA+'로 강등한 가운데 향후 여파에 대한 전문가 의견이 분분하다. 시장에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분명한 경고 시그널이므로 경계를 늦추면 안 된다는 지적이 맞서고 있다.

1일(현지시간) 피치는 미국의 신용등급(IDRs·장기외화표시발행자등급)을 'AAA'에서 'AA+'로 한 단계 낮춘 데 이어 등급 전망을 '부정적 관찰 대상'에서 '안정적'으로 바꿨다고 밝혔다.

피치는 "향후 3년간 예상되는 미국의 재정 악화와 국가채무 부담 증가, 거버넌스 악화 등을 반영한다"며 미국 정치권이 마지막 순간까지 부채한도 상향 문제를 두고 대치해온 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20년 넘게 거버넌스 기준이 꾸준히 악화했다"며 "2025년 1월까지 부채 한도를 유예하기로 한 지난 6월의 초당적 합의에도 불구하고 재정과 부채 문제가 남아있다"고 부연했다.

피치에 따르면 미국 정부 재정적자(국내총생산(GDP) 대비)는 2022년 3.7%에서 올해 6.3%, 2024년 6.6%, 2025년 6.9%로 치솟을 것으로 내다봤다.

피치는 "향후 10년간 금리 상승과 부채 증가로 이자 상환 부담이 증가하고, 인구 고령화와 의료비 상승으로 재정개혁이 없는 한 고령층에 대한 지출이 증가할 것"이라며 "신용 여건 악화와 투자 감소, 소비 하락이 미국 경제를 올해 4분기와 내년 1분기 약한 침체로 밀어 넣을 것"으로 전망했다.

주요 국제 신용평가사의 미국 신용등급 강등 사례는 지난 2011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강등 이후 12년 만이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이번 결정에 강력 반대한다며 "세계 주요 경제 중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에 의해 미국이 가장 강한 회복세를 보이는 이 시점에서 미국 신용등급을 강등하는 것은 현실에 어긋난다"고 밝혔다.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은 피치의 이번 강등이 "자의적이며 오래된 데이터를 토대로 한 것"이라고 규정하면서 "미국 국채는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유동자산이며 미국 경제의 기초는 튼튼하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해외 전문가들은 엇갈린 반응을 내놓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에드워드 존스의 수석 투자 전략가인 안젤로 쿠르카파스는 "(강등 발표 후) 시장이 매우 조용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내일의 (시장지수) 약간 하락에 대한 구실이 될지 궁금하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더 이코노믹 아웃룩 그룹(The Economic OUTLOOK GROUP)의 최고 글로벌 이코노미스트인 버나드 보몰도 "전반적으로, 이것은 정부 부채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투자회사 '파, 밀러&워싱턴'의 최고경영자(CEO)·설립자인 마이클 K. 파는 "우리가 부채라는 개념 자체에 매우 안주하고 있다고 느낀다"며 "우리는 버는 것보다 계속 더 많이 지출하고 있으며, 피치는 그것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고 했다.

LPL 파이낸셜의 수석 글로벌 전략가인 퀸시 크로스비도 이번 조치를 '경고'로 정의하며 "미국 재정 상태가 정상화하지 않으면 달러는 약해질 것이라고 하지만, 약세를 보이지 않는다. 본질적으로 피치가 말하는 것은 일어날 것이고, 달러는 '희생자(casualty)'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