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TSMC, 불황에도 투자 '가속페달'…삼성·SK 전략도 갈렸다

고은서 기자 2023-07-31 15:46:01
TSMC, 상반기 오히려 설비 등 공격 투자 삼성·SK 모두 3분기 낸드 추가 감산 발표 공격 투자하는 삼성전자, SK는 '속도 조절'
삼성전자는 하반기 설비 투자에 힘을 쏟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SK하이닉스는 비교적 투자 단행 속도를 조절하는 모습이다. 사진은 지난달 SK하이닉스 이천 본사 모습[사진=연합뉴스]
[이코노믹데일리]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대만 TSMC가 올 상반기(1~6월)에 이어 하반기(7~12월)에도 투자에 힘을 쏟을 전망이다. 삼성전자도 TSMC를 추격하기 위해 파운드리 부문서 투자 속도를 올리는 반면 SK하이닉스는 속도 조절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TSMC는 올 상반기에 181억1000만 달러(약 23조원)를 설비 투자에 쏟아부었다. 이는 167억2000만 달러(21조원)를 투자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3% 증가한 규모다. 올해 설비 투자를 지난해 대비 10% 가량 줄인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선 셈이다. 

물론 TSMC도 반도체 한파 직격탄을 맞은 점은 분명하다. 지난 2분기(4~6월) 매출 4808억4100만 대만달러(19조7289억원)를 기록하는 등 전년 대비 감소한 실적을 보였다. 숙련된 노동자 부족으로 미국 애리조나 현지 공장 가동도 1년 연기하겠다고 발표한 상태다. 그럼에도 TSMC는 업계에서 경쟁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하반기에도 계획보다 더 많은 설비 투자를 집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들은 2분기 컨퍼런스콜(전화회의)을 통해 일제히 3분기(7~9월)에 낸드플래시 추가 감산을 예고했다. D램에 비해 낸드 가격 하락세가 뚜렷한 이유에서다. 다만 양사는 투자 부문에서 각기 다른 방식으로 하반기 전략을 세우는 모습이다. 

올 상반기 반도체(DS) 부문에서 9조 가까이 적자를 보인 삼성전자는 오히려 연구개발(R&D)과 시설 투자를 계속 확대하는 모양새다. 특히 올 2분기 삼성전자의 R&D 투자액은 역대 최대 규모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2분기 시설투자에 14조5000억원, R&D 투자에 7조2000억원을 각각 투자했다. 

삼성전자는 하반기에도 투자에 비슷한 규모의 금액을 단행해 올해 전체 시설 투자액만 50조원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투자액 중 상당 부분을 미국 테일러시에 건설 중인 파운드리 반도체 클린룸 등 파운드리 사업에 투자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공격적 투자를 통해 경쟁사들과 격차를 더욱 벌리려는 삼성전자와 달리 SK하이닉스는 투자 규모 축소를 유지할 것으로 예측된다. 김우현 SK하이닉스 최고재무관리자(CFO)는 컨퍼런스콜에서 "DDR5와 고대역폭메모리(HBM)3 제품 고객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투자는 차질 없이 집행하고 있지만 전사 투자 규모는 전년 대비 50% 이상 축소를 유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실제 SK하이닉스는 투자 속도를 크게 늦추고 있다. 지난해 1분기(1~3월) 시설투자에 5조2000억원을 쏟았던 SK하이닉스가 지난 2분기에는 시설투자 비용을 대폭 줄이며 1조9000억원을 사용했다. 

일각에서는 SK하이닉스가 하반기에 보수적인 투자 기조를 가져가되 HBM, DDR 시리즈 등 차세대 반도체에 대한 투자는 아끼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다. 한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가 업황 불안정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3분기부터는 기술 측면에서 강점을 지니고 있는 인공지능(AI) 반도체 부문 투자에 주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