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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깜이' 레이스 논란 끊이지 않는 KT의 CEO 선임

선재관 2023-07-27 04:00:00
KT 이사회, 이번주 내 대표이사 후보 '숏리스트' 압축 비공개 '지라시' 난무…"최종 면접자는 공개해야" 목소리도 후보자 비공개로 인해 여러 외압 회피효과도 긍정적
서울 종로구 광화문 KT 사옥. [사진=연합뉴스]

[이코노믹데일리] KT의 차기 대표이사(CEO) 선임 절차를 두고 다시금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KT는 최근 사외 후보군으로 27명을 확정했다고 발표했지만 정작 후보자 명단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사회는 KT 내부 규정에 따라 사내 후보자도 심사 대상에 오른 가운데 이들 사내 후보자의 명단도 비공개 방침을 밝혔다.

KT의 차기 대표이사 선임 절차가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최종 면접을 위한 '숏리스트'를 구성이 진행되는 가운데 베일에 싸인 후보자들에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4~5명가량의 후보군이 예상되는 만큼 그간 '후보자 비공개' 방침을 고수했던 KT가 투명한 선임 절차를 위해 적어도 숏리스트 명단은 공개해야 한다는 업계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KT측은 대표이사 후보 공개 모집을 진행한 결과 공개모집으로 20명이 지원하고 0.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주주가 1명, 외부 전문기관이 6명을 각각 추천하는 등 총 27명의 후보자를 접수 받았다고 밝혔다.

그중 지난 2월 진행된 직전 경선에 참여했던 인물들 상당수가 이번 대표이사 공모에 재지원했다. 특히 지난 공모에서 '외압' 논란의 중심에 섰던 윤진식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지원 여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공모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 주요 후보로는 △김성태 전 자유한국당 의원 △권은희 전 새누리당 의원 △김기열 전 KTF 부사장 △최두환 전 포스코ICT 대표 △윤종록 전 미래창조과학부 차관 △박윤영 전 KT 기업부문 부문장(사장) △남규택 전 KT 개인고객부문장(부사장) △임헌문 전 KT Mass총괄(사장) 등이다.

새롭게 등장한 후보들도 있다. 예를 들어 △차상균 서울대 데이터사이언스대학원 초대 원장(전 KT 사외이사) △문형남 숙명여대 교수 △배순민 KT융합기술원 소장(상무) △채종진 사장(전 BC카드 대표이사) △이기주 전 방통위 상임위원(김앤장 고문) △송영희 전 KT T&C부문 가치혁신CFT장(전무) △김영섭 전 LG CNS 대표 등이다.

이처럼 지원자들이 대거 몰리자 업계에서는 다양한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KT가 이번부턴 명단을 비공개로 하자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전에는 대표이사 후보자 명단을 공개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긍정하는 분위기도 있다. 그동안 후보자 공개로 인해 여러 외압 등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KT 사외이사 전원으로 구성된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늦어도 오는 28일까지 대표이사 선임을 위한 최종 면접 대상인 숏리스트를 확정할 계획이다. 본지 취재에 응한 KT이사회 한 관계자는"현재 후보를 16명으로 선정했고 8명, 이어 4명으로 압축하여 선별하는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월 대표이사 후보 선출 당시 숏리스트가 4인이었던 만큼 이번에도 비슷한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KT노조는 “이사회의 낙하산을 막아내려는 의지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지원자는 자천인지 어느 주주의 추천인지 공개하고 절차의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 심사자, 심사과정을 모두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KT는 지난 2월 대표이사 후보자 모집 때에는 최종 심사 대상자 명단을 공개했다. 당시 KT 외부 인사가 18명, 사내 인사가 16명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번에는 방식을 바꿨다. 지난달 열린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선임된 6명의 사외 이사가 심사 과정에 참여하는 가운데 심사 방식을 새롭게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월의 경우 인선자문단에게 숏리스트 작성 권한까지 주어졌지만 이번에는 전체 대표이사 후보군에 대한 서류 평가 의견만 전달하기로 했다. 이후 후보군을 압축하는 과정은 사외이사 전원으로 구성된 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서 담당할 예정이다. 인선자문단은 지난 공모 심사에 참여하지 않았던 인물들로 새로 구성되며 이들의 명단 공개 여부도 정해지지 않았다.

KT가 구현모 전 사장, 윤경림 전 사장 등 차기 대표이사 최종후보로 선출됐던 현직 경영진이 줄줄이 낙마하며 '경영공백'이 장기화한 가운데 업계에서는 차기 KT 대표이사에 대한 관심이 상당하다.

특히 구 전 대표를 비롯한 KT의 전·현직 다수 경영진이 여러 의혹으로 수사선상에 올라 있는 만큼 이번에는 외부 인사의 대표이사 선출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이에 공모 참여자 또는 주변에서 경쟁력이 높다고 평가받는 인물을 사전에 깎아내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각종 지원설을 유포하는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여론 악화 속에 반 년이나 경영 공백이 발생하고 있는 만큼 이번 대표이사 선임은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KT가 투명성 논란을 불식시키고 네 번째 대표이사 선임 과정을 성공적으로 치러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각종 뜬소문이 나도는 것은 그만큼 KT의 대표 자리를 둘러싼 신경전이 거세다는 방증"이라면서도 "이전과 다르게 KT가 명단을 비공개하면서 불필요한 잡음을 초래한 측면도 있다"고 평가했다. KT 한 고위인사도 "40명 가까운 후보군을 몽땅 밝히는 건 혼란스러울 수 있지만, 4명 정도의 숏리스트는 공개하는 게 '절차의 투명성' 확보 차원에서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KT는 대표이사 후보군에 대한 서류 및 면접 심사를 거쳐 8월 첫째 주 최종 1인을 확정할 계획이다. 최종 후보로 선정된 1인은 8월 말 주주총회를 통해 신임 대표이사로 최종 선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