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현대차그룹과 최근 한 달 사이 세 차례 협업을 진행했다. 최근 기아가 선보인 플래그십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EV9'을 기념해 포터블 스크린 '더 프리스타일 EV9 에디션'을 공개하는가 하면 현대차 프리미엄 브랜드인 제네시스 차기 모델에 삼성디스플레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공급하기로 했다.
업계 주목을 받은 건 차량용 반도체 부문에서의 협력이다. 차량용 반도체 시장 규모는 오는 2029년이 되면 현재의 2배가 넘는 1430억 달러(약 186조4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삼성은 지난달 차량용 프리미엄 인포테인먼트(IVI)용 프로세서 '엑스노스 오토 V920'을 현대차에 공급하기로 했다. 세계적으로 활발한 전장 시장을 겨냥해 삼성과 현대차 간 협업이 가속화된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부문에서 경쟁 구도를 펼치고 있는 SK하이닉스와도 초일류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 구축에 힘을 합치는 모양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함께 경기 용인시에 대규모 반도체 생산단지를 조성키로 하면서 인근에 들어설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관련 중소기업을 돕기로 했다. 반도체 초격차 기술 확보를 위해 함께 노력해 나가겠다는 전략이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간 협력을 통한 'OLED 동맹'도 가시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삼성전자가 하반기 중 첫 83형 OLED TV를 출시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LG디스플레이 패널을 공급받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LG디스플레이만이 83형 OLED 패널을 생산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이 주요 대기업과 협력을 이어가면서 글로벌 경쟁력을 더욱 공고히 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가전 등 수많은 분야에서 글로벌 시장 경쟁력과 주도권을 되찾기 위해 힘쓰고 있다"며 "특히 저가 공세로 지배력을 늘려가고 있는 중국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국내 업체들과 힘을 합쳐 기술력을 제고하는 방법을 택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중국 업체들의 저가 물량 공세와 맹추격에 맞서기 위해 기술력에 방점을 찍었다는 평가다. 앞서 강정태 삼성디스플레이 부사장은 지난달 2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한 토론회에서 "액정표시장치(LCD)에 비해서 OLED 기술은 기술적 차별성이 훨씬 강조되는 산업"이라며 기술 경쟁력을 거듭 강조했다.
Copyright © 이코노믹데일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