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정부의 ‘라면값’ 인하 압박에 식품업계가 일제히 눈치싸움에 들어갔다. 정부는 국제 밀 선물가격 하락을 근거로 라면값과 밀가루 가격 인하를 압박해왔다. 식품업계는 그동안 ‘원가 부담이 여전하다’는 입장을 보여왔으나 전날 농심을 시작으로 제과업계까지 백기를 드는 모습이다. 라면, 과자처럼 밀가루를 주재료로 사용하는 제빵 등 업체들도 관련 사안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농심은 오는 7월 1일부로 신라면과 새우깡의 출고가를 각각 4.5%, 6.9% 인하한다. 농심은 소매점 기준 1000원에 판매되는 신라면 한 봉지의 가격은 50원, 1,500원인 새우깡은 100원 낮아질 전망이다.
농심이 국내 제분회사로부터 공급받는 소맥분의 가격은 다음 달부터 5% 인하될 예정으로 농심이 얻게 되는 비용절감액은 연간 약 80억원 수준이다. 이번 가격인하로 연간 200억원 이상의 혜택이 소비자에게 돌아갈 것이라는게 농심의 설명이다.
농심은 지난 2010년 신라면, 안성탕면, 육개장사발면 등 6개 라면 제품 가격을 2.7~7.1% 인하한 바 있다. 신라면은 13년 만에 가격을 낮춘 것이며 새우깡은 1971년 출시 이후 무려 52년 만에 처음으로 가격을 내렸다.
농심은 신라면과 새우깡만 가격을 인하한 이유에 대해 “품목당 5원 내외로 가격을 낮출 바에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인기 제품 가격을 낮추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며 “국민라면과 국민스낵으로 많은 사랑을 받아온 제품을 대상으로 했다”고 설명했다.
전날 농심 발표 이후 삼양식품도 주요 제품 가격 인하를 결정했다. 7월 1일부터 순차적으로 삼양라면, 짜짜로니, 맛있는라면, 열무비빔면 등 12개 대표 제품 가격을 평균 4.7% 인하한다.
삼양라면은 5입 멀티 제품 할인점 판매가 기준 3840원에서 3680원으로 4%, 짜짜로니는 4입 멀티 제품 기준 3600원에서 3430원으로 5%, 열무비빔면은 4입 멀티 제품 기준 3400원에서 2880원으로 15% 인하된다.
이날 팔도와 오뚜기도 가격 인하 대열에 합류했다. 팔도는 일품해물라면, 왕뚜껑봉지면, 남자라면 등 11개 라면 제품에 대해 소비자 가격 기준 평균 5.1% 내렸다. 오뚜기는 스낵면, 참깨라면, 진짬뽕 등 라면류 15개 제품 가격을 평균 5.0% 인하한다.
라면 업체들이 전격적으로 가격 인하에 나서면서 밀가루를 활용한 다른 가공식품 제조사들도 가격 인하 소식을 속속 내놓고 있다. 롯데웰푸드도 7월부로 과자 3종의 가격을 내린다. 품목은 빠다코코낫, 롯샌, 제크 등 3종으로 편의점 가격 기준 1700원에서 1600원으로 낮아진다. 해태제과도 아이비 오리지널 가격을 10% 인하한다.
롯데웰푸드와 해태제과의 가격 인하는 2010년 이후 13년 만이다. 롯데제과는 당시 과자 7개 제품 가격을 4~14% 내렸고, 해태제과 역시 당시 아이비의 가격을 인하했다.
제빵업체들도 빵 가격을 내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파리바게뜨·던킨·SPC삼립 등을 운영하는 SPC그룹과 뚜레쥬르를 운영하는 CJ푸드빌 등이다.
제분업체들도 정부 압박에 가격 인하를 고심하고 있다. 대한제분·CJ제일제당·동아원 등 제분사들은 아직 공식적으로 가격 인하 방침을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물밑에서 밀가루 납품 업체들과 가격 인하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opyright © 이코노믹데일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