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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5주년 특집] 한화 김동관號, 정상화 숙원 풀고 '디지털 3.0' 닻 올린다

고은서 기자 2023-06-22 06:00:00
한화오션, HD현대 대비 '차세대 선박 기술' 뒤처져 자율운항 기술 개발 박차…계열사 간 '시너지' 창출 인수합병 성공적 마무리했지만 화학적 융합도 과제

김동관 부회장이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 한화오션 부스를 방문해 전시된 수상함을 둘러보고 있다.[사진=한화오션]

[이코노믹데일리] 눈 앞에 다가온 디지털 3.0은 물류 분야에서도 대변혁을 예고했다. 육지에 자율주행 전기차가 달린다면 해양에서는 자율운항 선박이 화물과 사람을 실어나를 날이 머지 않았다. 항해사와 도선사, 기관사 등 사람의 역할도 바뀔 전망이다. 조선업계는 친환경·자율운항 선박 개발에 박차를 가하며 디지털 3.0 시대에 대비하고 있다.

디지털 3.0 시대 조선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은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 정기선 HD현대 사장이다. 이들 모두 창업주의 손자로 나란히 3세 경영 체제를 이끌 예정이다. 인공지능(AI), 자율운항, 로봇 등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3.0 시대를 맞아 두 사람이 그리는 청사진을 알아봤다.

김동관 부회장은 최근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 출범을 진두지휘하며 후계자로서 면모를 과시했다. 한화는 방산과 우주항공, 석유화학, 에너지에 조선업을 더하며 육해공을 아우르는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김 부회장에게 당장 주어진 과제는 한화오션 경영을 빠른 시일 안에 정상화시키고 미래 선박 시장을 개척하는 일이다.

대우조선해양은 한화그룹을 새 주인으로 맞이하며 20여년에 걸친 워크아웃(재무개선)에 종지부를 찍을지 기대를 모았다. 인수 작업은 지난해 12월 본계약이 체결된 이후 6개월 동안 발빠르게 진행됐다. 올해 2월 튀르키예와 영국이 기업결합을 승인한 데 이어 3월 일본, 베트남, 중국, 싱가포르, 유럽연합(EU) 경쟁당국 심사가 마무리됐다. 한국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승인 과정에서 잡음이 있었지만 인수가 좌초되진 않았다.

한화오션은 오랜 기간 구조조정이 진행된 탓에 미래 선박 기술 개발에 집중하지는 못했다. 많은 기업이 첨단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력 있는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연구개발(R&D) 거점을 확충하는 데 공을 들인 데 반해 한화오션은 적자와 부채 문제 해결에 힘을 쏟아야 했다. 지난 1분기(1~3월) 말 기준 한화오션 부채비율은 1858%, 순차입금비율(순차입부채를 총차본으로 나눈 값)은 351%에 이른다.
 

김동관 부회장이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 방문해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사진=한화오션]


김 부회장은 한화오션 기타비상무이사를 맡아 경영 정상화를 지원한다. 이는 친환경에너지, 방산, 우주항공 등에서의 기존 역할을 고려한 것이다. 화와 대우조선해양의 결합 시너지를 극대화해 한화그룹을 '그린 에너지 밸류체인 메이저', '국가대표 방산 기업', '해양 솔루션 리더'로 거듭날 방침이다. 

한화오션 초대 대표이사로는 권혁웅 한화 지원부문 부회장이 선임됐다. 권혁웅 한화오션 신임 대표는 "한화오션의 장점인 기술 중심의 우수한 문화를 기반으로 지속가능한 친환경 기술 기업, 세계 최고의 경쟁력으로 안정적인 이익을 실현할 수 있는 글로벌 기업으로 육성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대우조선 인수를 마무리한 한화오션은 디지털 3.0 시대 도래를 앞두고 미래 자율운항 시장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지난 2021년 차별화된 스마트십 기술력 확보를 위해 경기경제자유구역청, 시흥시, 서울대학교 시흥캠퍼스와 자율운항기술 개발과 실증을 위한 업무협약(MOU)를 체결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서해 제부도 인근 해역에서 자율운항 시범선인 '단비(DAN-V)'를 건조하고 관련 실증 실험을 마쳤다. 한화오션은 운항 중 여러 선박과 마주할 때 어느 수준으로 위험을 회피할 수 있는지도 확인했다. 후속 개발 작업을 마친 후 내년까지 완전자율운항 기술을 확보한다는 목표다. 

앞으로는 한화오션 함정 양산 능력에 한화시스템이 보유한 해양 첨단 시스템 기술을 더해 자율운항이 가능한 민간 상선이 개발될 것으로 기대가 모인다. 또 잠수함에 적용 중인 한화디펜스의 에너지저장장치(ESS) 기술을 활용한 친환경 선박 개발도 가능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화그룹의 에너지 분야 역량이 모여 하나의 밸류체인(가치사슬)이 새롭게 구축되는 첫 선인 셈이다. 

김 부회장은 한화그룹 14년 숙원사업이었던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순조롭게 마무리했지만 '화학적 융합'이라는 과제는 아직 남아 있다. 인수·피인수 회사 직원 간 문화적 충돌 우려도 나오는 한편 김 부회장은 노조와 최대한 마찰을 빚지 않는 선에서 조직 개편, 임금·단체 협상 등도 해결해야 한다. 

김 부회장이 실천할 경영정상화에는 신사업 관리도 빠질 수 없다. 한화그룹과 대우조선해양 역량을 더해 LNG, 해상풍력 등 신사업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최근 한화오션은 첫 대규모 인력 채용에 나섰다. 미래 사업 분야에 대한 선제적인 인재 확보를 위해서다. 약 40조원을 웃도는 수주잔고를 감안하면 내년 안에 경영정상화를 넘어 흑자 전환까지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