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업계에 따르면 인텔은 지난 일주일 간 폴란드, 이스라엘에 이어 독일까지 유럽에만 80조원 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미국과 아시아 의존도가 큰 반도체 공급망에서 벗어나 유럽에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인텔은 기존에 아일랜드에 웨이퍼 공장을 가동 중이며 이탈리아에서는 첨단 반도체 패키징·조립 공장을, 프랑스와 스페인에는 연구개발(R&D) 센터를 설립할 예정이다. 이에 더해 인텔은 46억 달러(약 5조9450억원)를 들여 폴란드에 반도체 생산·테스트 시설을 건설한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폴란드가 유럽에서 인텔 거점인 독일, 아일랜드와 합작하기에 이상적인 위치"라고 말했다.
인텔은 폴란드 공장 투자 계획을 발표한 지 이틀 만인 지난 18일(현지시간) 250억 달러(32조3100억원)를 투입해 이스라엘에 새 공장을 설립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번 투자는 이스라엘에서 역대 최대 외국인 투자로 오는 2027년 가동을 목표로 한다. 19일에는 독일 마그데부르크 반도체 공장 확장을 위해서도 300억 유로(약 42조100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앞서 TSMC도 독일 드레스덴에 100억 유로(14조원) 규모 반도체 공장 건설을 추진한 가운데 독일 정부와 보조금 수준을 두고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로써 인텔과 TSMC는 모두 EU로부터 대규모 보조금 수혜를 받게 될 전망이다.
EU는 글로벌 반도체 생산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끌어올리기 위해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유럽에 반도체 공장이 없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은 아직까지도 유럽에 설비를 투자하려는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대신 삼성과 SK는 미국과 국내 투자에 주력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그 이유로 현재 반도체 업계 판도가 이미 한국과 미국, 일본, 중국, 대만 중심으로 짜였다는 점을 꼽는다. 반도체 업종은 기본적으로 고객사와의 접점이 있어야 하지만 유럽에는 국내 반도체 업체의 고객사가 많지 않다.
국내 반도체 업체들이 최근 국내에 대규모 투자를 발표하면서 해외 투자에 대한 여력도 많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유럽은 공장 용지와 인건비 등이 상대적으로 비싸다. 삼성과 SK는 유럽에 투자했을 때 비용 대비 거둘 수 있는 효과를 장담할 수 없어 국내와 미국에 '선택과 집중'을 하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유럽은 국내 반도체 업체들의 첨단 공정을 활용할 만한 고객사 기반이 크지 않아 투자 효과를 장담하기 어렵다"며 "또 국내 업체들이 최근 잇따라 대규모 국내 투자를 발표하면서 해외에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Copyright © 이코노믹데일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