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창간 5주년 특집] 제약사의 미래 먹거리, 디지털 헬스케어

박명섭 기자 2023-06-22 06:00:00
제약사, 유망 스타트업과 손잡고 기존 강점에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 접목 약물 대체 치료법 적용한 전자약, 웨어러블 장치로 심전도 및 혈압체크, 불면증 치료까지
[이코노믹데일리] 국내 제약업계가 미래 성장을 위한 발판으로 유망 스타트업과 손잡고 기존 강점에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을 접목하면서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을 확대해 가고 있다. 제약사들은 유망 스타트업과의 협업을 통해 시장 개척 부담없이 기존 유통망을 통한 추가 매출이 발생하고, 스타트업은 단기간에 안정적인 시장 진입이 보장된다는 장점이 있어 '윈-윈(WIN-WIN)'전략이 될 수 있다. 

◆동아제약, ㈜뉴아인의 편두통 완화 의료기기 국내독점 공급

동아제약은 지난 13일 전자약 연구개발 전문 기업 ㈜뉴아인과 편두통 완화 의료기기의 국내 독점 판매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뉴아인의 편두통 완화 의료기기 [사진=뉴아인]

양사는 지난 2022년 11월 편두통, 안구건조증, 수면개선 등 만성질환 치료 기술 임상 연구 및 사업개발을 위한 상호 협력을 위해 업무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번 편두통 완화 의료기기 공급계약 체결로 양사의 협업이 더욱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동아제약은 이번 공급계약을 통해 국내에서 유일하게 미 FDA 510K(시판 전 허가) 및 유럽 CE-MDD(유럽 의료기기 지침) 인증을 받은 편두통 완화 의료기기를 독점 판매하게 되며, 뉴아인은 생산 및 제품 A/S 등을 담당하게 된다.

편두통 완화 의료기기는 통증을 완화해주는 급성모드와 발병 빈도를 줄여주는 예방모드 두 가지 기능의 편두통 전용 듀얼케어 솔루션이다. 이마에 붙여 사용하는 웨어러블 디바이스로 이마 주변에 위치한 삼차신경에 미세전류자극을 인가해 신경조절작용을 일으켜 편두통 완화 및 발병빈도를 감소해준다. 

뉴아인은 전자약 의료기술 R&D전문 기업으로, 전기자극 등을 통해 신경신호를 인위적으로 제어해 면역 및 대사 관련 질환을 치료 또는 완화하는 약물 대체 치료법을 적용한 전자약을 개발하고 있다.

동아제약 관계자는 “미국과 유럽의 까다로운 인증을 통과한 의료기기로서 편두통 환자들에게 디지털 헬스케어 솔루션으로서 좋은 선택지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신사업 강화 및 신성장 동력 확보에 집중해 소비자 중심의 헬스케어 전문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동아ST는 작년 7월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메쥬와 심전도 원격 모니터링 플랫폼 '하이카디'와 '하이카디플러스'의 국내 독점 판권 계약을 체결했다. 

하이카디는 모바일 생체신호 모니터링 시스템으로 웨어러블 패치와 스마트폰을 활용해 언제, 어디에서나 실시간으로 다중 환자의 심전도, 심박수, 체표면 온도, 호흡 등 모니터링이 가능하다. 양사는 올 1월 동일 제품에 대한 해외 판권 계약까지 연이어 체결했다.

◆대웅제약, 반지형 연속혈압측정기 '카트원BP' 출시
 

'스카이랩스'의 반지형 24시간 연속혈압측정기 '카트원BP' [사진=대웅제약]

대웅제약은 다양한 기업의 디지털 치료기기 판매권을 확보해 시장점유율 1위의 강력한 영업망을 토대로 자사가 보유한 치료제 판매와 연계하고 있다. 

이달 7일에는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스카이랩스'와 반지형 24시간 연속혈압측정기 '카트원BP' 국내 판권 계약을 체결했다.

카트원BP는 팔뚝을 압박해 혈압을 측정하는 '커프' 방식이 아닌 '커프리스' 방식을 채택한 세계 최초의 '반지형 혈압계'로 빛을 이용해 맥을 측정하는 '광용적 맥파'를 통해 혈압을 측정하며, 손가락에 착용하면 24시간 연속해 모니터링할 수 있고 방수기능도 갖춰 착용한 채 운동과 샤워도 할 수 있다.

기존 커프 방식의 수면장애나 통증 유발 등의 단점을 획기적으로 개선했으며 혈압 변화를 스마트폰 앱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음주나 혈압약 복용 후 반응을 실시간으로 체크할 수 있어 생활습관 개선 변화도 이끌어낼 수 있다. 카트원BP는 병원용으로 우선 출시한 후 올해 말 온라인 시장에도 진출해 일반 소비자 대상으로도 출시된다. 

국내 헬스케어 웨어러블 디바이스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대웅제약은 웨어러블 심전도기 '모비케어', 연속혈당측정기(CGM) ‘프리스타일 리브레’에 이어 순환기계 시장에서 카트원BP를 통해 경쟁력을 한층 더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독, 불면증 디지털치료기기 '웰트아이(WELT-I)' 본격 상용화 
 

WELT-I 이미지 [사진=웰트]

한독은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웰트의 불면증 디지털 치료기기 '웰트아이'(WELT-I) 국내 판권 소유로 본격적인 영업 활동을 준비하며 상용화에 돌입했다.

지난 4월 식약처로부터 국내 2호 디지털 치료기기 품목 허가를 획득한 웰트아이는 의학적으로 입증된 인지행동치료를 기반으로 하는 디지털치료기기로 약 대신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불면증을 치료한다. 

의사 처방을 받은 불면증 환자가 스마트폰에 WELT-I를 설치하면 수면 패턴에 따라 △수면제한요법 △수면위생교육 △자극조절치료 △인지재구성 △이완요법 등을 8주 동안 정밀하게 전달해 불면증 증상을 개선한다.

한독과 웰트는 지난 2021년 지분 투자와 파트너십을 체결했으며, 한독은 WELT-I의 국내 판권을 보유하고 있다. 한독은 현재 가장 많이 처방되고 있는 불면증 전문의약품 시장 점유율 1위 스틸녹스(졸피뎀)를 보유한 만큼 약과 앱의 결합이 새로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독 김영진 회장은 "국내 치료환경에서 인지행동치료의 낮은 접근성과 한계로 어려움이 있었던 불면증 환자에게 WELT-I가 새로운 치료 옵션이 될 것"이라며 "디지털치료기기가 성공적으로 상용화되기 위해서는 연구개발뿐 아니라 학회와 의료진과의 협업, 사업화에 대한 경험과 역량도 매우 중요하다. 앞으로 환자에게 실질적이 도움이 되고 성공적인 상용화 모델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WELT-I는 보건복지부 혁신의료기기 통합심사제도 국내 1호로 지정된 바 있다. 혁신의료기기 통합심사는 제품의 신속한 의료현장 진입을 위해 정부가 지난해 9월 총 심사기간을 기존 390일에서 80일로 단축한 제도다. 이를 바탕으로 ‘WELT-I’의 의료현장 진입이 빨라지고 건강보험 적용에도 유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웰트는 2016년 삼성전자에서 스핀오프된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으로 현재까지 삼성, 한독, IMM, 스마일게이트 등에서 누적 14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은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을 거치면서 관심이 더욱 커졌으며,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제약 선진국에서는 이미 활발한 시장이다.

시장조사기관 GIA(Global Industry Analysts)에 따르면 글로벌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은 2020년 1525억 달러(한화 약 187조원) 규모에서 2027년 5088억 달러(약 621조원) 규모로 연평균 18.8%의 고성장이 예상된다.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의 매출 규모는 2020년 기준 1조3539억원으로, 미국 시장(76조 원)은 물론 일본(10조 원)에 비해서도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제약사들에게 디지털 헬스케어는 전 세계적으로 성장 잠재력이 매우 큰 탐낼만한 미래 먹거리"라며 “초기단계인 국내에서는 위험부담을 덜기 위해 기존 제약사들이 전문 스타트업과 손잡고 시장 진출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