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국내 주얼리 시장에 지각변동 조짐이 보이고 있다. 천연 다이아몬드와 성분이 같으면서 가격은 저렴한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랩 다이아몬드)’가 MZ세대(1980년대~2000년대 초 출생)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어서다.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는 연구실을 뜻하는 ‘랩(LAB)’과 만들다는 뜻의 ‘그로운(GROWN)’이 더해져 만들어진 단어다. 자연에서 수백 만년에 걸쳐 고온 고압을 받아 생산되는 천연 다이아몬드와 달리 연구실에서 약 6~10주간 재배된다. 다이아몬드 씨앗을 기계에 넣고 고온 고압의 에너지를 주입해 키워내는 ‘양식’ 다이아몬드로 채굴 과정이 없어 토양 오염, 탄소 배출이 덜하다.
가격은 크기에 따라 천연 다이아몬드보다 약 30~70% 저렴하다. GIA(미국보석학회) 등 세계적 보석 감정 기관에서 천연 다이아몬드와 동일한 감정 기준으로 감정서도 발급받을 수 있어 젊은 세대에 인기를 끌고 있다. 가성비에 친환경·윤리적 요소까지 갖춘 랩 다이아몬드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국내 업계도 반응하고 있다.
이커머스 플랫폼 SSG닷컴은 지난해 12월 랩 다이아몬드 공식 브랜드관을 오픈했다. 오픈 첫 달 주얼리 카테고리 내 MZ세대 매출이 전월 대비 270% 증가했고, 랩그로운 구매 고객 3명 중 1명이 신규 고객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매출(4월 1일~20일)은 전월 동기보다 440% 급증했고, 취급 상품 수는 운영 첫 달보다 70%가량 증가한 600종으로 늘어났다.
이랜드그룹이 운영하는 주얼리 브랜드 로이드 역시 랩 다이아몬드 상품 매출이 지속 성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020년부터 작년까지 랩 다이아몬드 누적 매출은 200억원을 넘겼고, 올해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0% 상승했다. 작년 공식 온라인몰에서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출시한 랩그로운 ‘로즈 다이아몬드 목걸이’는 3분만에 100개 수량이 완판되기도 했다.
이랜드 주얼리사업 계열사 이월드는 이러한 인기에 맞춰 롯데백화점 노원점에 ‘더 그레이스 런던’ 매장을 선보였다. 랩 다이아몬드 브랜드가 국내 백화점에 정식 매장을 내는 첫 사례다. 이랜드 측은 랩그로운 다이아몬드가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만큼 예물 시장에 빠르게 안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신세계 강남점도 이에 합세해 지난달 인공 다이아몬드 브랜드 ‘어니스트 서울’의 팝업스토어를 선보였다. 어니스트 서울이 백화점에서 오프라인 팝업 스토어를 진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실제 행사 당시 예상보다 많은 고객들이 구매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본격적인 웨딩 시즌을 앞두고 결혼 예물을 마련하려는 젊은층의 관심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이전에는 랩그로운 다이아몬드가 ‘인공’이라는 선입견 때문에 사용이 다소 소극적이었지만 최근 글로벌 주얼리 브랜드인 스와로브스키, 판도라 등이 관련 라인을 확대하는 추세”라며 “향후 랩그로운 다이아몬드가 시장에서 새로운 게임체인저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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