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사드 악몽' 없다…5년 전과 달라진 한·중 무역 지형도

성상영 기자 2023-05-03 14:23:42
중국, 한일·한미 관계 개선에 불편한 기색 '사드 보복'에 현대차·롯데 등 수십조 피해 일각 '악몽 재현' 우려에 정부 "더 지켜봐야"

윤석열 대통령(오른쪽)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국빈 만찬에서 손을 맞잡고 있다.[사진=연합뉴스/로이터]


[이코노믹데일리]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을 국빈 방문한 이후 중국에서 한·미 동맹 강화를 경계하는 움직임이 감지되며 '경제 보복'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가뜩이나 침체 늪에 빠진 수출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당장 우려할 필요는 없다는 반론이 만만치 않다.

3일 정부와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은 최근 한미 정상회담과 그 결과물인 '워싱턴 선언'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중국 정부가 직접 논평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관영 매체를 중심으로 한미 정상회담 결과를 낮춰 평가하거나 비판하는 발언이 쏟아지는 모습이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지난달 30일 "워싱턴 선언은 북한과 중국, 러시아를 압박하려는 수단이라며 전략적 보복에 직면할 것"이라는 취지로 보도했다. 중국중앙TV(CCTV)도 일부 한국 인사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게시물을 인용하며 흠집내기에 나섰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한미, 한일 정상회담 실패"라고 거론한 페이스북 게시물을 보도한 게 대표적이다.

관영 매체 보도가 사실상 중국 정부 입장과 통한다는 점에 비춰 볼 때 '한한령(限韓令)'이 내려질 가능성이 없지 않다. 중국이 아직은 경제 보복 조짐을 보이지 않지만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보복'이라는 전례가 있어 현지에 진출한 기업은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과거 사드 보복 당시 한국 기업은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한한령이 본격화한 2017년 한 해에만 대중 수출 감소와 중국인 관광객 유입 중단 등으로 최대 22조원에 이르는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되기도 했다.

기업별 사례를 살펴보면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사드 보복 직전인 2016년 114만대 넘는 판매고를 올렸는데 2017년 78만5000대로 뚝 떨어지더니 지난해에는 30만대도 못 팔았다. 롯데는 2018년 롯데마트에 이어 지난해 롯데백화점까지 유통사업을 아예 철수하기에 이르렀다.

한한령이 완전히 풀리기도 전에 미·중 갈등은 '차이나 리스크'의 새로운 도화선이 됐다. 미국이 반도체와 이차전지를 포함한 첨단 산업 공급망을 자국 위주로 재편하면서 중국을 고립시키는 전략을 펴자 한·중 관계가 회복될 기미가 약해졌다. 한국은 미국 중심 산업 생태계에 포함되는 선택을 했고 한·일 관계 개선은 선결 조건이었다. 중국으로서는 여간 불쾌한 대목이 아니다.

산업계에서는 2017년 사드 보복 여파로 국내 기업의 대(對)중국 사업이 축소된 탓에 중국이 경제 보복에 나서더라도 과거보다 타격이 적을 것으로 전망한다. 게다가 반도체를 빼면 중국은 이차전지, 디스플레이, 전자기기, 자동차 등 품목을 대부분 스스로 해결하는 수준까지 올라왔다. 예전과는 교역 구조가 달라져 경제 보복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속단하기 쉽지 않다.

한편 정부는 아직 경제 보복 징후가 없다는 입장이다. 김완기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지난 1일 "현재까지 통관 검역이 지연되는 직접적인 사례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특이 동향이 발생하면 사실 관계를 파악해 신속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