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회장은 지난 6개월간 국내에선 'JY', 해외에선 '민간 외교관'을 자처하는 등 국내외 현장 경영을 이어가며 숨가쁘게 달려왔다. 급박한 경영 환경이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 회장이 위기 극복 리더십을 어떻게 발휘할지 관심이 모인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윤석열 대통령 미국 국빈 방문에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한 가운데 취임 6개월을 맞이할 예정이다. 재계에서는 이번 방미 일정 중 'JY 네트워크'가 어떤 성과를 보여줄지 관심이다.
이 회장이 경제사절단에 포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월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방문에 이어 스위스 다보스포럼에 참석했다. 지난달에는 한·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일본을 찾았고 중국에서 열린 '2023 중국 발전 고위급 포럼(중국발전포럼)'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이 회장은 국내·외에서 이어진 현장 경영을 통해 많은 메시지를 던졌다. 취임 직후 광주에 있는 한 협력사를 방문하며 '상생' 의지를 보였다.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삼성SDI, 삼성화재 등 계열사를 잇따라 방문한 자리에서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직원과 격의 없는 소통으로 화제가 됐다. 대외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커진 가운데 해외 사업장도 놓치지 않았다.
그러나 미·중 반도체 패권 전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양자택일' 기로에 놓인 이 회장의 고민이 깊어졌다. 미국이 최근 공개한 반도체 투자 지원 조건에 영업 기밀을 제출하고 초과 이익 75%를 미국과 나눠야 한다는 등 독소조항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 24일에는 미 정부가 한국에 무리한 요구를 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미국 마이크론이 중국에서 반도체를 못 팔게 되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이 물량을 대신 공급하지 말라고 압박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공식적인 입장을 발표하지는 않았으나 난감한 기색이 역력하다.
여기에 실적은 침체의 늪으로 빠지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 2분기(4~6월) 매출은 63조3300억원, 영업이익 697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8.6%, 95.75%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2008년 4분기(10~12월) 이후 15년 만에 전사 기준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인위적인 감산 기조로 돌아섰지만 최소한 2~3개월은 지나야 그 효과가 나타나는 탓에 곧바로 실적 개선이 이뤄지기는 어렵다. 최소 하반기는 돼야 반도체 업황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한편 반도체 보조금 문제는 정부의 외교 채널로 풀어야 할 사안인 만큼 이 회장으로선 펫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와 팀 쿡 애플 CEO 등 현지 기업인과 접촉하며 기업 간 협력 방안을 모색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제2 반도체'로 낙점한 바이오 분야에서는 미국 모더나 또는 바이오젠과 손을 잡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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