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리튬·석유 '평행이론' 우려에도 韓 배터리 '이상 無'

고은서 수습기자 2023-04-24 16:50:11
리튬 삼각지대 등 남미 국가 속속 "리튬 국유화" 중동 석유수출국기구 출범·담합 과정 '데자뷰' 자원 없는 한국, 정유산업 '신화' 재현할지 기대 JV계열화·'배터리 판가 연동제' 대안될 수도

가브리엘 보리치 칠레 대통령이 지난 20일 방송 연설에서 자국의 리튬 산업을 국유화한다고 선언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코노믹데일리] 볼리비아와 멕시코에 이어 칠레가 리튬 국유화를 선언한 가운데 석유수출국기구(OPEC)식 담합 가능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석유 카르텔에도 국내 정유산업이 호황을 누린 것처럼 광물 가공 능력만 보유하고 있다면 배터리 업계도 걱정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칠레 정부는 앞으로 국영 리튬 회사를 포함한 민관 합작 사업 방식으로만 리튬 개발을 허용할 예정이다. 이로써 세계 리튬 매장량 약 60%를 차지하는 '리튬 삼각지대'에 속한 칠레,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등 3개국 모두 국가가 리튬 산업 통제권을 갖게 된 셈이다. 

핵심 광물을 보유한 국가들이 점점 빗장을 걸어 잠그는 모양새다. 리튬과 더불어 배터리 핵심 자원으로 꼽히는 니켈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니켈 세계 최대 니켈 생산 국가인 인도네시아는 지난 2020년 니켈 광석 수출을 금지했다. 고부가가치 광물 수출을 금지한 대신 채굴·제련 관련 투자를 유치해 자국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다. 

바릴 라하달리아 인도네시아 투자부 장관은 지난해 성명을 통해 "배터리 원료 생산국이 부가가치를 제대로 얻지 못하고 있으니 OPEC 같은 특별 기구 설립이 필요하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특히 자원 보유 국가들이 리튬·니켈 국유화를 통해 중동 국가의 '석유 카르텔'처럼 카르텔(담합)을 형성하려는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자원 민족주의' 현상이 짙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한국이 자원 불모지인 만큼 국내 업계 입장에서는 계약 조건이 까다로워지고 리튬이나 석유 가격 상승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실제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OPEC이 출범했을 당시에도 석유 가격과 생산량 조절이 들어갔지만 정유업계는 꾸준히 정제마진을 확보했다. 최근에는 OPEC이 또 한번 원유 감산에 나서면서 국내 정유업계에 막대한 파급력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됐다. 정제설비가 잘 갖춰진 덕에 걱정과 달리 업계 정제마진에 미친 타격은 미미했다.

배터리 업계도 광물 가공 능력을 갖춰 광물 채굴부터 가공까지 수직 계열화를 이룰 수 있는 장기 공급계약을 맺는다면 '자원 담합'이 문제가 없다는 분석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칠레 대표 리튬 업체 SQM과 9년간 수산화탄산리튬 5만5000톤(t)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중국 광물 채굴 기업인 야화와는 아프리카 모로코 지역에서 수산화리튬 생산을 추진 중이다. SK온도 2027년까지 SQM으로부터 수산화리튬 총 5만7000t을 공급받기로 했다. 

한편 배터리 업계에 주요 원자재 가격을 납품가에 반영하는 '판가 연동제'라는 안전장치가 있다는 점도 괄목할 만하다. 리튬 같은 핵심 원재료의 가격 상승분이 판가와 연동되도록 해  비교적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창실 LG에너지솔루션 최고재무책임자는 지난해 2분기(4~6월) 실적 상승 요인으로 '주요 원자재 가격 판가 연동 계약 확대'를 꼽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