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고은서의 산업있슈] 태생부터 다른 전경련·상의…'尹과의 동침'

고은서 수습기자 2023-04-15 08:00:00
尹 대통령 방미, 대규모 '경제사절단' 동행 우위 다투는 전경련·대한상의 주도권 경쟁 경제계 '맏형' 전경련, 시련 딛고 일어서나

지난달 17일 도쿄 게이단렌(일본경제단체연합회) 회관에서 열린 한일 비즈니스라운드 테이블에서 (왼쪽 두 번째부터)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박수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코노믹데일리] 윤석열 대통령이 오는 24일 미국을 국빈 방문하는 가운데 경제단체장, 4대 그룹 총수를 포함한 기업인 70여 명이 동행한다. 일본 방문했을 때에 이어 이번에도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주관으로 '경제사절단'을 꾸린 만큼 경제 단체들의 행보가 주목된다. 

15일 경제계에 따르면 방미 경제사절단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 회장 등 기업 총수들과 경제 6단체(전경련·대한상의·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한국무역협회(무협)·중소기업중앙회(중앙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장이 포함됐다. 

미국 국빈 방문은 이명박 전 대통령 이후 12년 만이다. 윤 대통령이 지난 1월 아랍에미리트연합(UAE)·스위스, 3월 일본을 방문했을 때와 비교가 안 될 만큼 대규모 경제사절단이 꾸려졌다는 평가다. 

전경련은 1961년 민간경제인 자발적 의지에 의해 설립된 경제 6단체 중 유일한 순수 민간 단체인 반면 대한상의는 법정 경제 단체다. 대한상의가 전경련에 비해 민간 기업에 대한 대표성을 갖추지 못해 대통령 해외 방문과 같은 주요 경제 일정들은 전경련이 주관해 왔다. 

전경련과 대한상의를 제외한 나머지 경제 단체 네 곳도 민간 단체지만 무협은 무역업체, 경총은 대기업 경영인, 중앙회는 중소기업, 중견련은 중견기업을 회원사로 둔다. 전경련과 대한상의는 다른 네 경제 단체에 비해 회원사도 많고 아우르는 분야도 넓어 무게감이 남다르다. 

경제계 맏형 역할을 하던 전경련이 주도권을 뺏기게 된 계기는 다름 아닌 국정농단 사태다. 4대 그룹 총수들이 줄줄이 전경련을 탈퇴하면서 전경련 위상은 바닥으로 떨어졌다. 이후 문재인 정부에 이어 지난해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인 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방한했을 때까지만 해도 양국 기업인 교류 행사는 대한상의가 도맡았다. 

그러나 이번 전경련 행사에 4대 그룹 총수들이 참여한다는 점이 관심을 모은다. 지난달 진행된 한·일 정상회담은 총수들이 7년 만에 다시 참여한 첫 전경련 주관 행사였다. 재계에서는 4대 그룹이 회원사 복귀 수순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윤 대통령과 연이 깊은 김병준 전경련 회장 직무대행이 큰 역할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 직무대행은 윤 대통령 대통력직인수위원회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장으로 지낸 이력이 있다.

일각에서는 전경련과 대한상의 간 알력 다툼 속에서 전경련이 승기를 잡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회장 직무대행은 지난 2월 취임 기자회견에서 "전경련을 창립한 선배 기업인들이 '기업인'이 아닌 '경제인'이라는 단어를 쓴 것은 세상을 이롭게 하고 국민을 돕는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의지를 담은 것"이라며 "창업자들의 마음을 되새기며 전경련의 환골탈태를 이끌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