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승부처 된 'OO페이?'…유통가, 간편결제 서비스 뛰어든 까닭

김아령 기자 2023-04-18 06:00:00

고객이 롯데마트에서 간편결제 서비스 엘페이를 사용하고 있다.[사진=롯데그룹]


[이코노믹데일리] 유통업계에 간편결제 서비스인 ‘페이(Pay)’ 경쟁이 뜨겁다. 지난달 애플페이가 국내 상륙한 이후 소비자 반응이 폭발적이자 더 후끈 달아오르는 모양새다. ‘○○페이’로 불리는 간편결제는 신용카드 등의 결제정보를 모바일 기기에 등록해 비밀번호나 지문인식만으로 결제하는 것을 말한다.

간편결제 시장은 이미 삼성, 네이버, 카카오 등 세 업체가 과점하고 있지만 유통업계에서는 자체 페이 서비스를 잇달아 도입하는 추세다. 이유는 간편결제 시장이 커지고 있는 데다 사용자 록인(Lock-in), 데이터 수집, 자체 결제 시스템으로 수수료를 절감할 수 있다는 장점 등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신세계 ‘쓱페이’, 롯데 ‘엘페이’, 쿠팡 ‘쿠페이’ 등에 이어 최근에는 컬리도 페이 사업에 뛰어들면서 간편결제 시장이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유통페이가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는 가운데 향후 후발주자들이 시장에서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 이미 포화 상태인데…너도나도 ‘○○​페이’ 내놓는 유통가

현재 국내 페이 시장은 포화 상태다. 17일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국내 간편결제 시장은 카카오페이가 점유율 42.4%로 압도적 1위다. 그 뒤를 삼성페이(24%), 네이버페이(24%)가 잇고 있으며 나머지 50여개의 업체들이 16.2% 시장을 나눠가지고 있다.

유통업계가 자체 페이에 속도를 내는 이유는 플랫폼 업체가 얻는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충성 고객 확보와 재구매 가능성이 높아지는 고객 락인(lock-in) 효과 뿐만 아니라 각종 페이업체와 PG사에 지불해야 하는 수수료를 줄일 수 있다. 소비자 구매패턴 등 빅데이터 확보를 통해 장기적으로 새로운 수익 창출 가능성도 열려 있다.

특히 한번 간편결제 서비스를 등록한 고객들은 편리함과 혜택 때문에 이를 계속해서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이에 유통업계가 자체 페이 서비스를 서둘러 도입하면서 현금처럼 쓸 수 있는 포인트 적립률을 높여주고, 추가 할인을 도입하는 등 혜택을 마련하고 있다.
 
대표적인 유통업계 페이 시스템으로는 롯데 ‘L.PAY(엘페이)’, CJ그룹 ‘CJ원페이’, GS리테일 ‘GS페이’, 지마켓 ‘스마일페이’ 등이 있다. 최근에는 컬리가 ‘컬리페이’ 론칭과 함께 컬리 특화 PLCC인 ‘BC바로 컬리카드’도 내놓았다. CJ올리브영도 자체 간편결제 시스템 개발과 연내 도입을 앞두고 있다.

온라인 쇼핑 성장과 함께 간편결제 시장 규모는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전년보다 10.3% 증가한 209조9000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 2020년 158조3000억원, 2021년 190조2000억원으로 증가한 데 이어 지난해 처음으로 200조원 선을 돌파했다.

제조·유통사, 정보기술(IT)기업, 포털, 은행·PG사 등 가릴 것 없이 모바일 간편결제 각축전이 한창인 만큼 페이를 두고 벌이는 주도권 싸움도 한층 더 치열해 질 전망이다.
 
◆ 후퇴하는 신세계?…‘SSG페이·스마일페이’ 매각 움직임
 

신세계그룹이 운영하는 간편결제 서비스 '쓱(SSG)페이' [사진=신세계]


신세계그룹이 최근 쓱페이와 스마일페이 매각을 검토 중이다. 투자 유치, 지분 교환 등을 통한 파트너십 강화 방안 등을 놓고 다양한 기업과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 쇼핑 성장과 함께 규모가 커질 가능성은 있지만 페이 사업으로 수익성을 높이기는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SSG닷컴과 G마켓의 시너지를 내기 위해 자체페이를 연동 확대했지만 투자 대비 효율이 나지 않자 사업을 정리하는 것으로 추측된다.
 
신세계는 유통업계 최초로 지난 2015년 간편결제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마트와 스타벅스 등 그룹 계열사를 필두로 점유율을 높여왔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쓱페이와 스마일페이 서비스 가입자는 각각 950만명, 1600만명으로 총 2550만 회원을 보유했다. 가입자 수 면에서 네이버페이(3000만)에 이은 2위다. 쿠페이(2400만), SK페이(1600만), 엘페이(680만)를 압도하는 수준이다.
 
다만 회원 수는 대비 회원당 객단가가 낮은 것이 치명타가 됐다. 쓱페이사업부의 거래액이익률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SSG닷컴 사업보고서를 보면 쓱페이의 거래액이익률은 2020년 0.7~0.9%에서 지난해 0.3~0.4%로 하락했다.
 
기업이 실제로 벌어들이는 영업이익은 매출총이익에서 판매비와 관리비를 다시 뺀 금액으로, 매출액이익률이 0.3~0.4%인 쓱페이의 경우 사실상 적자 사업인 셈이다.
 
업계에서는 신세계그룹과 자본교환을 맺은 바 있는 네이버·토스 등을 협상 파트너로 삼을 가능성이 높다는 추측을 내놓고 있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페이 사업의 지속 성장을 위한 다양한 전략을 고민 중이며 아직 결정된 바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