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삼성, '이태리 야생마' 올라탄다…페라리에 OLED 공급

성상영 기자 2023-04-11 14:10:24
최주선 사장, 베네데토 CEO와 MOU 체결 6월 스텔란티스 회장 방한 앞서 '속전속결' 글로벌 완성차社 "메이드 바이 삼성" 확산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과(오른쪽) 베네데토 비냐 페라리 최고경영자(CEO)가 11일 충남 아산시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에서 기술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삼성디스플레이]


[이코노믹데일리] 삼성디스플레이가 이탈리아 슈퍼카 브랜드 페라리에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제품을 공급한다. 독일 아우디와 BMW에 이어 차량용 OLED 고객사를 추가로 확보하며 모바일 이외 제품군으로 저변을 빠르게 넓히는 모습이다.

11일 삼성디스플레이에 따르면 최주선 사장과 베네데토 비냐 페라리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충남 아산시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에서 만나 기술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번 MOU에 따라 삼성디스플레이는 최고급 슈퍼카에 걸맞은 차량용 디스플레이 솔루션을 개발해 페라리에 공급할 예정이다.

MOU는 계약보다 느슨한 수준으로 협력을 약속하는 단계지만 향후 페라리에 특화한 OLED 제품이 개발되면 본격적인 공급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오는 6월 페라리가 개최하는 슈퍼카 전시회에 맞춰 존 엘칸 스텔란티스·페라리 회장이 방한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삼성과 페라리가 손을 잡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페라리 차량의 콕핏(운전석)에 들어갈 OLED 디스플레이는 34형 벤더블 제품을 토대로 제작될 가능성이 높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올해 초 소비자가전박람회(CES)에서 좌우 곡률 반경이 700R(1R=반지름이 1㎜인 원의 둘레가 휜 정도)인 차량용 OLED '뉴 디지털 콕핏'을 선보였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세계 최고 OLED 기술력을 바탕으로 페라리의 디지털 전환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가벼운 구조와 얇은 베젤(테두리)로 디자인 확장성이 뛰어나고 깊은 명암 표현이 가능한 점, 낮은 전력 소모로 자동차의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점을 차별화 요소로 내세웠다.

그간 삼성디스플레이가 주력한 OLED 품목은 스마트폰과 웨어러블 기기 등 모바일이다. 이들 제품에는 대각선 길이(또는 지름)를 기준으로 작게는 1인치대에서 크게는 7인치급 OLED 디스플레이가 들어간다. 최근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보다 크기가 큰 10인치대 노트북, 태블릿PC용 제품과 차량용 디스플레이에 힘을 주고 있다.

그중에서도 차량용 디스플레이는 삼성이 50~60인치대 이상 TV용 OLED까지 영역을 넓히기 위한 필수 코스다. 글로벌 완성차 업계에서는 계기반과 내비게이션은 물론 대시보드 전체를 디스플레이 패널로 덮는 '디지털 콕핏'이 확산하는 분위기다. 삼성은 이 시장을 잡고 LG가 독주하는 TV까지 넘본다는 계산이다.

최주선 사장은 "유수의 글로벌 자동차 업체와 협력하고 자동차용 OLED 사업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앞서 삼성디스플레이는 2026년까지 4조원을 투자해 8.6세대 OLED를 양산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삼성은 하만과 삼성디스플레이를 주축으로 차량용 전기장치(전장) 사업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잇따라 완성차 업계 경영진과 접촉하며 전장 사업에 힘을 싣는 분위기다. 이 회장은 지난해 12월 한국을 방문한 올리버 집세 BMW CEO를 만났다. 오는 6월 페라리 전시회에는 이 회장과 엘칸 회장의 회동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