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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형의 해봤소] 소니 WH-CH710N, 조작은 쉽고 가격은 낮은 '노캔' 헤드폰

김종형 기자 2023-04-08 07:30:00
자동차로 치면 '엔트리급'...핵심 담으면서 가격 합리적 매뉴얼 조작부와 내구성 좋은 소재로 오래 쓰기 좋아 30mm 드라이버, 노이즈 캔슬링 등으로 음질 충분...개인화 불가는 아쉬워 별도 설명 없이 누구나 쓸 수 있는 제품, 판매가 13~14만원 수준

소니 WH-CH710N[사진=김종형 기자]


[이코노믹데일리] 소니 WH-CH710N은 자동차로 따지면 '엔트리 카'와 비슷한 느낌의 헤드폰이었다. 노이즈 캔슬링이라는 인기 부가기능을 탑재하고도 20만원 수준이라는 합리적인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행을 타고 있는 터치식 조작방식 대신 아날로그 버튼을 채택한 점도 직관적이고 조작성도 훌륭했다.

지난 1일 직접 구입해 약 8일간 사용해본 소니 WH-CH710N은 유선 헤드폰을 충실하게 블루투스 지원 무선 헤드폰으로 옮긴 제품이었다. 주요 특징은 △노이즈 캔슬링 탑재 △블루투스 및 NFC 연결 지원 △최장 35시간 배터리 등이다. 

CH710N은 엔트리 모델답게 콤팩트하면서도 최소 요구 조건은 잘 맞춘 듯한 디자인을 갖췄다. 제품 포장에는 설명서와 충격 흡수재, 유선용 연결 케이블 및 충전용 케이블 등이 포함됐다.
 

소니 WH-CH710N 구성품[사진=김종형 기자]


제품 본체도 익히 알려진 헤드폰 모양에서 줄만 제거됐다. 소니가 지난해 내놓은 WH-1000XM5에는 새로 개발된 무소음 슬라이더가 적용됐지만 '딸깍' 하는 소리가 없어 직관성이 떨어진다는 일부 비판도 있었다. CH710N에는 기존과 같은 조절식 슬라이더가 있어 사용자가 알맞게 길이를 조정할 수 있다. 기자의 경우 슬라이더를 최소로 줄인 뒤 양 옆으로 2칸만 늘리면 머리 크기에 알맞게 착용할 수 있었다.

소재는 플라스틱 위주로 알루미늄이나 금속성 소재를 사용한 헤드폰보다 무게가 가볍다. 제품 무게는 223g으로 요즘 출시되는 대형 스마트폰과 비슷했다. 헤드폰은 머리에 직접 쓰는 제품인 만큼 물리적인 무게도 착용 피로감 등에 상당한 영향을 주는데 CH710N의 경우 피로가 덜했다. 목에 걸칠 때 귀를 덮는 이어패드 부분이 몸 쪽으로 들어오는 형태가 내부 사운드 유닛도 보호하는 역할을 했다.

제품을 착용한 뒤에도 무게감보다는 차음성이 더 느껴졌다. 전원을 켜기 전에는 노이즈 캔슬링이 작동하지 않지만 가죽 질감 이어패드가 주변 소리를 1차적으로 잘 막아주기 때문이다. 좌우에는 각각 전원 버튼, 곡 재생이나 볼륨 제어가 가능한 플라스틱 버튼이 자리해있다. 이 역시 엔트리급 자동차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겉으로 볼 때는 고급스러움이 약간 떨어져 보였지만, 손에 익은 뒤에는 매뉴얼 조작만큼 간편한 게 없다.
 

소니 WH-CH710N을 기자가 착용했을 때의 모습[사진=김종형 기자]


CH710N에는 30mm 드라이버가 탑재됐다. 유닛 크기는 1000XM5에 들어간 것과 같다. 과거 버전이지만 차음이 확실한 헤드폰에서는 충분한 수준이다. 여기에 소니 특유 기술이 돋보이는 노이즈 캔슬링이 들어가 주변 소리를 더 막아준다. 카페 음악소리나 대중교통 정차 소음은 거의 완벽하게 잡고 음악을 재생하면 주변 말소리까지 들리지 않는 수준이었다.

콘텐츠를 재생하지 않을 때는 약간의 백색소음(화이트 노이즈)이 느껴졌지만 거슬리지는 않았다. 엔트리격 모델임을 감안했을 때엔 성능이 차고 넘쳤다. 압축된 음원 고주파 요소를 복원해 음질을 높여주는 'DSEE' 기능이 들어갔다고는 하지만 느껴지는 정도는 아니었다.

CH710N에서 아쉬운 점은 음장을 개인화할 수 있는 기능이 없다는 것이다. 기본으로 설정된 음장도 충분히 균형있고 좋았지만, 소니 자체 앱을 통해 이퀄라이저 설정이 가능했다면 더 좋을 법했다. NFC 연결을 지원하지만 블루투스 연결도 충분히 간편해 큰 의미를 느끼지는 못했다. 

매뉴얼 조작방식과 함께 전원 성능도 뛰어났다. CH710N은 C타입 충전을 지원해 10~20분만 충전해도 출퇴근 중에는 쓸 수 있는 사용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고 한다. 실제 제품을 구매한 뒤 한 번 충전하고 나니 8일간 배터리에는 신경쓰지 않고 생활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소니 WH-CH710N 버튼 구성[사진=김종형 기자]


전자기기를 쓸 때는 신기술이나 기존 기능 개선도 중요하지만 이를 얼마나 사용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지 생각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CH710N는 좋은 전자기기였다. 소재나 내구도는 일본산 제품답게 충분히 오래 쓸 수 있을 것 같았고 성능이나 기능이 특출난 부분은 없었지만 기본기는 잘 지켰다. 여기에 기존 아날로그 헤드폰을 사용하던 사람들도 아무 설명 없이 부담을 주지 않는 선에서 제품을 쓸 수 있다는 점도 훌륭했다.

사계절이 뚜렷해 기온 변화가 급격한 국내에서 헤드폰은 일종의 계절상품이다. 날씨가 추우면 찾는 사람이 많고 날씨가 더우면 중고 시장 매물들이 많이 올라온다. 반대로 바꿔 말하면 헤드폰을 사 오래 쓸 생각이 있다면 더운 계절에 장만하는 게 맞다는 얘기다.

소니 WH-CH710N는 2020년 5월부터 판매된 비교적 구형 제품이다. 그래서인지 가격은 더 합리적이다. 정식 판매 가격은 19만9000원이지만 온라인 쇼핑몰 등 오픈마켓에서는 13~14만원에 구입 가능하다. 색상은 검정색과 흰색 두 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