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일본 도요타가 중형 세단인 캠리의 자국 내 판매를 43년 만에 중단한다.
23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도요타는 각 대리점에 "연말 중 국내 고객을 위한 캠리 생산을 중단한다"고 통보했다. 다만 해외 수출용 생산은 지속할 예정이다.
도요타 캠리는 1980년부터 판매를 시작해 현재 10세대까지 이어진 중형 세단 모델이다. 도요타의 준중형 세단인 코롤라와 마찬가지로 설계 단계부터 글로벌 판매 차종으로 기획됐다. 차명은 '관(冠)'을 뜻하는 일본어 '카무리'를 영어식으로 변경한 것이다.
캠리는 글로벌 인기 차량이다. 출시 이후 현재까지 판매량은 일본 내에서만 130만대다. 43년간 전 세계 100개 이상 국가에서 올린 판매 기록은 2100만대 이상이다. 지난해에도 전 세계 60만대 이상 물량이 인도됐다.
특히 인기가 높은 지역은 미국이다. 캠리는 2016년까지 15년 연속 가장 많이 팔린 승용차에 오르기도 했다. 미국 자동차 전문 매체들은 캠리에 대해 "고장나지 않는 차(Undestructable)", "운전하기 좋고 넓은 편한 차"라고 호평한다. 캠리는 미국 중고차 시장에서 감가에 의한 차량 가격 하락 폭이 가장 낮은 차량 중 하나다. 중국과 동남아시아 등에서도 신뢰할 수 있는 세단으로 평가받는다.
도요타가 글로벌 수요와 호평에도 자국 내 판매를 중단하는 것은 일본 시장 내 특성 때문이다. 일본은 자동차와 관련해 규제가 엄격하다. 면허 취득 과정도 국내와 비교해 까다롭고 시간이 오래 걸리며, 자차를 구입하려면 일정 공간 이상 주차 공간도 입증해야한다. 또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미니밴 등 레저차량(RV)이 인기를 끌면서 현지 세단 수요가 줄어든 점도 영향을 미쳤다. 해외 시장과 달리 지난해 캠리 일본 내 판매량은 6000대에 못 미쳤다.
일본 브랜드들이 자국 내 세단 모델 생산을 중단하는 것은 도요타가 처음은 아니다. 닛산은 지난해 준대형 세단 '푸가'를 생산 중단했고, 혼다도 지난 2021년부터 준대형 세단 '레전드' 생산 중단에 돌입했다.
도요타는 지난해 출시한 준대형 세단 '크라운'을 캠리 대체 모델로 여기고 있다. 크라운은 지난해 일본에서 16세대 모델이 공개된 '아시아 첫 세단'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전통적인 모델이다. 국내에도 오는 5월 출시가 예상된다.
닛케이는 "도요타는 캠리가 일본에서의 역할을 다했다고 판단하고 국제 시장에 맞춘 세단을 만드는 데 주력을 다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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