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가운데 국내 최대 섬유산업 전시회인 2023 대구국제섬유박람회(Preview in Daegu; PID)가 지난 2일부터 4일 대구 엑스포 전시관에서 '첨단융복합 소재 개발', '디지털·스마트 전환'과 함께 ‘탄소중립·친환경 기반 조성'을 3대 슬로건으로 내걸고 국내 섬유 업체 302개가 참가한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로 열렸다.
2023 PID는 무엇보다 섬유 산업이 직면한 최대 과제인 산업의 지속성 확보와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계기가 되는 자리여서 섬유 산업계의 ESG경영 실천을 위한 솔루션으로 제안 되는 탄소발자국을 줄이는 친환경 소재(화이버‧원사)가 높은 관심을 모았다.
대구광역시·경상북도가 주최하고 대구경북섬유산업연합회 주관으로 열린 2023 PID에는 사흘간의 행사 기간 중 참관객 약 1만1000명(전년 대비 17.4% 증가)이 방문해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무엇보다 박람회 참가 업체들이 내놓은 리사이클, 바이오, 순환자원 등 친환경 신소재가 국내외 관람객과 바이어들의 호평을 받았으며 미국, 중국, 일본, 베트남, 튀르키예, 우즈베키스탄 등 15개국 해외 바이어들이 전시장을 찾아 총 2억 달러 규모의 상담 실적을 올렸다.
그동안 대표적인 굴뚝 산업이자 화학 섬유, 화학 염료 사용 등으로 인해 환경오염 주범으로 꼽혀왔던 섬유 업계가 빠른 속도로 친환경 신소재 사업으로의 전환에 속도를 더하며 위기를 기회로 바꿔가고 있다.
◆ ‘피지컬’의 시대...운동 동반자 스판덱스도 이젠 ‘바이오’
독자적인 신소재 섬유 개발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해온 효성티앤씨는 이번 2023 PID에서 역대 최대 규모로 18개 협력사와 공동 참가해 친환경 섬유 제품을 대거 선보였다.
효성티앤씨의 스판덱스 브랜드 ‘크레오라’가 지난 12년간 세계 시장 점유율 30% 이상을 차지하며 글로벌 1위를 유지해온 가운데 지난해 세계 최초로 옥수수에서 추출한 원료로 만든 바이오 스판덱스 ‘크레오라 바이오베이스드’를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박람회에는 바로 크레오라 바이오 스판덱스 원단과 이를 활용해 만든 패션 제품들이 다양한 리사이클의 성과를 보여줬다.
효성티앤씨는 이번 전시회에 국내 업체 중 최대 규모로 참가해 △친환경 스판덱스 존 △친환경 나일론 존 △노스페이스 콜라보레이션 존 등 친환경을 테마로 한 전시 부스들을 운영하며 리사이클 섬유·바이오 섬유가 적용된 다양한 패션 제품들과 원단을 전시했다.
친환경 스판덱스 존에서는 △옥수수 추출물로 만든 세계 최초의 바이오 스판덱스 ‘크레오라 바이오베이스드’ △100% 재생 폐그물로 만든 리사이클 스판덱스 ‘크레오라 리젠’으로 만든 원단을 선보였다. 또한 효성티앤씨 패션디자인센터(FDC)가 이들 친환경 스판덱스 원단을 사용해 직접 제작한 아우터, 이너웨어 등도 함께 선보였다.
친환경 나일론 존에서는 △바다에 버려진 폐어망을 재활용한 리젠오션 나일론 섬유 △고강력 리사이클 나일론 섬유인 리젠 로빅과 리젠오션 로빅으로 만든 원단을 전시했다. 리젠 로빅이 적용된 세계적인 백팩 브랜드 오스프리, 미스터리랜치 등 백팩 제품도 전시됐다.
특히 노스페이스와의 콜라보레이션 존에서는 효성티앤씨의 대표 친환경 섬유 ‘리젠코리아’로 만든 노스페이스의 티셔츠, 스웻셔츠, 스웻팬츠 등 30여벌의 친환경 패션 제품들을 선보여 관람객들의 관심을 끌었다.
리젠코리아는 효성티앤씨가 국내에서 수거된 투명 페트병을 재활용해 만든 리사이클 폴리에스터 섬유로, 자원 선순환 시스템 구축에 기여하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울산공장에서 해양 쓰레기의 주범이 되고 있는 폐어망을 재활용하는 나일론 섬유 ‘마이판 리젠오션’ 생산 설비를 본격적으로 가동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생분해’ 리사이클 섬유의 새로운 세상
국내 재활용 폴리에스터 섬유제조 최장수 기업인 ㈜건백은 이번 2023 PID에서 폐페트병을 재활용해 만든 생분해성 재활용 원단 에코스타(ecostar)를 국내 독점 출시했다. 원단 뿐 아니라 이 원단을 활용해 제작한 협력 업체들의 의류, 침구류, 수건, 양말, 장갑, 현수막 등 각종 섬유 제품들도 선보였다.
에코스타는 ㈜건백이 미국 IAM(Intrinsic Advanced Materials)사가 보유한 특허기술 CiCLOⓇ을 적용해 국내에서 자체 생산한 생분해성 페트(PET)병 재활용 원단으로, 페트병을 녹여 폴리에스터 섬유 제작 초기 용융방사 공정에서 생분해 유도 물질을 첨가하는 방식으로 제조돼 폐기될 때까지 생분해 성질이 유지된다.
그간 리사이클 섬유는 화학제품이란 한계 때문에 땅에 묻어도 생분해가 안 된다는 한계가 있었지만 CiCLOⓇ 기술은 합성 섬유인 폴리에스터나 나일론이 양모(wool)와 같은 천연 섬유와 비슷한 수준으로 생분해 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첨단 기술로, ㈜건백이 국내에서 생분해성 재활용 원단 생산에 성공한 뒤 지난 1월 국내 최초로 CiCLOⓇ 기술의 공식 제조 파트너사가 됐다.
이로써 이에 환경에 해로운 폐기물을 전혀 남기지 않는 생분해되는 리사이클 섬유제품 생산이 가능해져 플라스틱 쓰레기 매립량이 줄고 토양 및 해양 미세 플라스틱 발생도 줄어들 것이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친환경 PLA 섬유 전성시대
하얀 아기 배냇저고리며 하늘색 포대기, 곰돌이 인형, 갈색 니트백, 가지각색의 백팩 뿐 아니라 노랑, 연두빛 수의며 반려동물 수의까지···. 2023 PID 기간 동안 탄소중립섬유소재산업협의회의 공동부스에서는 탄소중립을 실천하는 생분해 PLA(POLYLACTIC ACID, 폴리락트산) 섬유 소재와 이를 기반으로 한 의류, 화장품, 침구류 등 제품이 전시돼 눈길을 끌었다.
2023 PID를 통해 코레쉬텍은 생분해성 쇼핑백 끈용 원사와 메시 원단 등 생활과 밀접해 환경오염을 줄이는 PLA 제품을 선보였다. 코레쉬텍은 생분해성 섬유 분야에서 '최초'란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선도적 기업으로, 대구 달성군에 위치해 지난 2020년 대구시로부터 '스타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으며 10년 이상 생분해성 섬유 연구란 한 길을 달려 왔다
한편 이번 행사에 섬유기업 지원 연구 기관으로 참여한 한국섬유연구원은 2023 PID를 통해 △이차전지 분리막, 탄소섬유 등 산업융합 소재 △UV차단, 항균, 쾌적화 등 기능성섬유 소재 △생분해, 리사이클 등 친환경 소재 테마관을 운영해 섬유의 산업적 측면과 생활 및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는 역할을 맡았다.
한국섬유연구원은 이달부터 올 하반기까지 우리나라 섬유 산업의 발원지 격인 대구 지역 섬유 기업을 대상으로 ‘친환경 생분해 섬유소재 산업활성화 지원사업’과 ‘PET병 재활용 그린섬유 플랫폼 조성사업’을 실시해 섬유 업계의 ‘그린 사업’, ESG 경영으로의 전환에 힘을 보탤 계획이다.
Copyright © 이코노믹데일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