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한국부동산원 주간아파트 가격동향 조사를 보면 이번 주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0.34% 내렸다. 선호도 높은 주요 단지 중심으로 급매물이 소진되고 있지만 여전히 매수·매도 희망가격 간의 격차가 좁아지지 않고 급매물 위주의 거래가 진행되는 등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일부 단지에서는 직전 거래가보다 높은 가격에 팔리는 등 호가가 올라가는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거래량 및 신규분양 감소, 미분양 증가에 고금리 등 악재가 여전해 집값 바닥론은 시기상조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서울 아파트 중위 매매가격은 9억9333만원이었다. 2021년 5월(9억9833만원) 이후 21개월 만에 10억원 선이 무너진 것이다. 중위가격은 가격순으로 줄 세웠을 때 가운데 있는 집의 가격으로, 서울 아파트의 절반 이상이 10억원에 못 미친다는 뜻이다.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지난해 7월 10억9291만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7개월 연속 내렸다.
건설경기도 여전히 어둡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은 지난달 CBSI가 78.4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CBSI는 건산연이 설문조사를 통해 건설업체의 체감 경기를 지수화한 것으로 지수값이 100을 넘으면 건설경기 상황에 대해 낙관적으로 바라보는 기업들이 많다는 의미다.
미분양 아파트가 증가하는 것도 고민거리다.
지난 1월 전국 미분양 아파트가 7만5000가구를 넘으면서 정부가 미분양 위험선 기준으로 제시한 6만2000가구와 점점 더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1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아파트는 총 7만5359가구로 전달(6만8148가구)보다 7211가구(10.6%) 증가했다. 2012년 11월(7만6319가구) 이후 10년 2개월 만의 최대치다. 악성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은 7546가구로 0.4%(28가구) 늘었다.
특히 미분양의 83%는 지방에 쏠려 있었다. 1월 말 미분양 주택은 수도권에 1만2257채, 지방에 6만3102채다. 정부는 미분양 아파트 위험선을 6만2000가구라고 정의한 바 있다. 이는 지방만 놓고 봐도 위험선을 훨씬 넘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분양가 인하 등 건설사의 자구 노력이 먼저”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편 주택가격 하락은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세계적 추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경제학자는 미국 주택 가격이 20%까지 폭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로렌 블랙과 엔리케 마르티네스-가르시아 댈러스 연은 이코노미스트는 "팬데믹 호황의 결과로 2020년 이후 글로벌 주택 시장이 점점 더 '거품'이 많아졌다"며 "최근 주택 가격 상승세가 완화되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더 심각한 하락의 위험이 있다"고 예상했다.
이들은 특히 20년 만에 가장 높아진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주택 가격 조정폭을 극적으로 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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