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기자수첩] 단체협약 건수 '0', 부당해고 논란엔 '침묵'…저축銀 B급 노사관리

이석훈 수습기자 2023-02-23 06:00:00

 

[이코노믹데일리] 노사 갈등 관리에는 무엇보다 대화 태도가 중요하다. 양측 모두 저마다 옳다고 생각하는 의견들이 부딪치기 때문이다. 시비를 가리는 것에 매몰되면 싸움만 커진다. 서로의 처지를 이해하고 존중할 때야 비로소 해결 방법이 보인다.

기자가 본 저축은행업권 노사 관리 성적은 '낙제점'이다. 지난 8일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 OK금융그룹지부에서 진정서를 제출했을 때, 노동자들은 한목소리로 회사의 폐쇄적 태도를 지적했다. OK금융이 지난 1년 6개월간 단 1건의 단체협약도 체결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올해 1월부터 부당해고 규탄 집회를 진행했던 콜센터 노동자들도 해당 사안에 대해 별 대응이 없는 저축은행중앙회(이하 중앙회)에 아쉬운 속내를 드러냈다. 아무리 외부 업체 소속 노동자라도 저축은행중앙회 업무를 오랫동안 했던 사람들인데, 어떻게 효성ITX가 사흘 전에 일방적으로 계약 해지 통보하는 걸 묵인할 수 있냐는 성토였다.

사측은 "격주에 한번 2시간 이상씩 성실하게 노사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며, 중앙회 역시 "고용 승계에 관한 권한과 책임은 전적으로 위탁 업체에 있다"며 면피에 급급했다.

이러한 변명에도 불구하고 남겨진 기록이 저축은행업계의 족쇄로 작용한다. 우선 노사간 대화의 실효성을 나타내는 지표 중 하나가 '단체협약 적용률'(전체 노동자 중 단체협약의 적용을 받는 자의 비율)인데, OK금융은 사실상 0%에 해당한다. 노동자와 회사가 공동으로 작성한 단체협약이 없어서다.

글로벌 표준이라 일컫는 OECD 국가의 단체협약 적용률은 32.1%, 대한민국도 14.8%를 기록 중이다.

OK금융표 '유아독존' 마이 웨이는 이번이 끝이 아니다. 콜센터 노동자 업무시간에 핸드폰을 압수 조치에 관한 인권위원회의 차별시정 권고가 있었는데도 OK는 불수용으로 응수했다. 그리고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노조의 제안에도 '수용불가' 입장만 되풀이했다.  

중앙회도 마찬가지다. 작년 12월 위탁 계약 업체 입찰 공고문에 '성공적인 상담사 고용 승계 방안 제시'를 요청사항에 명시했다. 하지만 중앙회는 근로기준법 제24조에 명시된 해고 제한 조항을 어기고, 부당해고 논란을 회피하기 위해 사직서 작성을 종용한 효성ITX에는 아무 조처가 없었다.

더욱 문제는 노사관리 개선의 노력은커녕 해결 의지조차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노사 문제를 대수롭지 않게 보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어차피 소수 노동자 반발에 그칠테니 계속해서 버티면 알아서 마무리될 것'이라고 판단한 것은 아닐지 의심스럽다.

시장경제주의 속 민간 금융사에 딴지를 걸 생각은 없다. 하지만 저축은행업계가 본인들에게 불편한 진실 하나만큼은 명심하길 바란다. 자기 회사 사람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금융기관, 대화와 타협 대신 불통과 불신이 자리 잡은 저축은행에 자신의 소중한 자산을 내맡길 수 있는 사람은 없다는 '진실'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