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엔데믹 이후 '뚝'…홈쇼핑 3사, 수익성 개선 '골머리'

김아령 기자 2023-02-20 18:35:41
홈쇼핑업계 지난해 영업익 일제히 악화 "송출 수수료 부담 커" 각사 라이브커머스 경쟁력 강화·새 먹거리 발굴 주력

현대홈쇼핑 '멋진 남자 쇼' 방송 화면 갈무리 [사진=현대홈쇼핑]


[이코노믹데일리] 국내 홈쇼핑 업계가 지난해 줄줄이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엔데믹(풍토병화)에 접어들면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특수가 끝나 고질적 문제로 지적돼온 높은 송출 수수료가 발목을 잡은 탓이다. 게다가 이커머스 기업들이 홈쇼핑과 형식이 유사한 라이브커머스 사업을 확장하는 등 새로운 경쟁에서도 밀리고 있다. 올해 홈쇼핑 업계 전망도 녹록치 않은 가운데 저마다 고수익 상품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등 돌파구 마련에 열중하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홈쇼핑 4사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대부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CJ온스타일의 지난해 매출은 1조355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724억원으로 39.7% 줄었다.

롯데홈쇼핑은 매출 1조780억원으로 전년 대비 2.3%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780억원으로 전년과 비교해 23.5% 줄었다. 현대홈쇼핑도 지난해 매출 1조804억원으로 전년 대비 1.9% 신장했지만 영업이익은 1127억원으로 전년 대비 15.8% 감소했다.

GS홈쇼핑(GS샵)은 지난 2021년 6월 GS리테일과 합병해 전년과의 실적 비교가 실질적으로 어렵지만 지난해 매출 1조2393억원, 영업이익 1426억원을 기록하며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보여 나름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홈쇼핑사들의 부진은 본격화된 엔데믹이 주효했다. 코로나19 당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발생된 호실적에 대한 기저 효과가 발생한 것이다. 하지만 이후 외출이 늘면서 TV 시청 시간이 줄어들었고, 이커머스 등 온라인 쇼핑이 커진 데 따른 고객 이탈도 악재로 작용했다.

또한 TV 영향력은 줄어드는 반면 매년 높아지는 송출 수수료는 풀어야 할 숙제로 남겨져 있다. 송출 수수료는 홈쇼핑 업체들이 유료방송 사업자들에게 채널을 배정 받고 내는 일종의 ‘자릿세’다.

홈쇼핑 방송사업의 매출 대비 송출 수수료 지급 비율은 △2018년 46.8% △2019년 49.6% △2020년 53.1% △2021년 58.9% 등으로 증가해 홈쇼핑 업계가 경영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홈쇼핑 송출 수수료 대가 산정제도를 개선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였지만 결국 마땅한 합의점을 찾지 못한 상태로 남았다. 사실상 송출 수수료 부담이 해결되지 않으면 영업이익 증대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 홈쇼핑사들은 사업 다각화를 통해 수익 창출에 나서고 있다. 사업 다각화는 건강기능식품·럭셔리 패션 등 고수익 상품 중심 포트폴리오 재편, 콘텐츠 커머스 확대 등 다양하다.
 
CJ온스타일은 올해 ‘원플랫폼’ 전략으로 고객과 브랜드사 모두 만족 시켜 새로운 도약을 이루겠다는 계획이다. 원플랫폼은 TV홈쇼핑, T커머스, 이커머스, 모바일 라이브, 유튜브 등 CJ온스타일이 보유한 채널과 전체 자원을 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는 전략이다.
 
원플랫폼의 대표 성공 사례는 간판 라이브커머스 프로그램 ‘엣지쇼’다. 엣지쇼는 모바일을 통해 3050 여성 주축의 시청자층을 확보하고 있으며 TV홈쇼핑에서도 높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지난해 주문 금액은 85억원, 누적 방문자 수(UV) 140만명을 넘겼다.
 
롯데홈쇼핑은 메타버스, 캐릭터, 예능 등 콘텐츠 사업 강화에 전념하고 있다. 최근에는 유튜브 예능 채널 ‘내내스튜디오’를 론칭하고 자체 제작한 신규 콘텐츠를 선보이며 젊은 고객 유입에 힘쓰고 있다. 롯데홈쇼핑의 대표 캐릭터 ‘벨리곰’을 활용한 IP(지적재산권) 사업도 강화한다. 벨리곰 굿즈는 현재까지 팝업스토어와 자체 쇼핑몰을 통해 약 15만개, 20억원 이상 판매됐으며 자체 쇼핑몰 매출액은 론칭 월(月) 대비 9배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홈쇼핑은 구매 데이터 기반 편성 전략을 펼쳐 고효율 상품 판매를 활성화하고 신규 고객 창출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TV 외 플랫폼 및 고객층 다변화를 위한 모바일 라이브커머스 강화 또한 지속적으로 추진한다. 특히 40대 여성 위주였던 고객 다변화를 위해 MZ세대와 남성 고객을 새 타깃층으로 선정했다. 이를 위해 지난해 10~12월 월 1회씩 시범 방송하던 남성 패션 스타일링 콘텐츠를 올해부터 3주 간격으로 주말마다 편성했다.
 
현대홈쇼핑이 남성 패션 사업을 강화하는 이유는 남성 고객 유입이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현대홈쇼핑이 3040 남성 고객 소비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021년 대비 매출은 약 35% 증가, 방송을 시청하는 고객도 40% 늘었다고 설명했다. 충성 고객의 기준이 되는 재구매율은 65%에 달했다.
 
GS홈쇼핑은 라이브커머스 방송을 대행하는 B2B 서비스 ‘문래라이브’를 중점 신사업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문래라이브는 라이브 방송을 의뢰한 기업을 위해 방송 기획부터 제작, 마케팅 등을 전문가들이 맡아 네이버, 카카오, 쿠팡 등 국내 라이브커머스 채널에 송출하는 ‘라방 대행 사업’이다.
 
삼성전자, SK매직, 다이슨, V&A뷰티, 3CE 등 유명 브랜드 상품의 라이브커머스 방송을 대행해 매출액 1억원이 넘는 방송을 100회 이상 성공시키며 캐시카우로 자리매김 했다.

업계 관계자는 “홈쇼핑 업계가 경영 환경 급변에 따라 기존 사업을 잘 다지면서 신사업 발굴에 힘쓰고 있다”면서도 “송출 수수료로 인한 비용 증가분이 너무 커 보다 합리적인 가이드라인이 정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