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韓기업 다양성 해법은 여성? 글로벌 시장 보니

문은주 기자 2023-02-10 17:50:05
韓기업 여성 임원 증가세...해외는 인종 등 다양성 지표 많아
[이코노믹데일리] 기업의 비(非)재무적 평가가 고도화되면서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 사내 여성 임직원 비율을 늘리는 기업이 늘고 있다. 지난해 8월 개정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이 시행됨에 따라 지배구조 개선 등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에 따르면 국내 30대 그룹 중 분기 보고서를 제출하는 219개 기업의 사외이사 780명의 출신 이력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3분기 여성 사외이사는 120명(15.4%)로 전년 동기 대비 4.8%p 증가했다. 다양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사내 여성 임원 비율을 늘린 것으로 파악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3일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2023 신임임원과의 대화’에 참석해 신임임원 패널과 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SK그룹]



SK그룹이 대표적이다. 2022년 SK그룹의 지속 가능 경영 보고서에 따르면 SK는 다양성 확보 차원에서 오는 2025년까지 여성 리더 비율 15%를 확보하겠다는 입장이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여성 리더 후보를 적극 발굴·육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올해 신임 임원 중 여성 비율은 약 7%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최근 진행한 ‘2023 신임임원과의 대화’에서 “다양성이 존재하는 조직은 생산 효율이 20~30% 가량 높다”라며 "새로운 사업을 발굴할 수 있는 원동력은 조직의 다양성에 있다"라고 강조했다. 

또 "신임 여성 임원 비율은 7%고 임원 모두 한국 국적을 갖고 있다"라며 "다양성 측면에서 우리가 더욱 고민해야 할 대목”이라고는 점도 분명히 했다.

다양성 차원에서 여성 임원을 늘리는 것은 비단 한국 기업만의 은 아니다. 일본 히타치 그룹은 다양성과 포용성을 반영하기 위해 현재 10% 수준인 여성 임원 비율을 2024년 15%로 늘린 뒤 2030년에는 30%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미국·유럽에서도 이사회의 남녀 비율을 조정하는 방식이 주를 이룬다. 2022년 북미·유럽 소재 기업의 이사회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29%로, 2020년 대비 5%p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북미 기업 중 이사회 내 여성 비율도 2020년 22%에서 올해 27%로 늘었다. 

다만 젠더 다양성에만 다소 치우쳐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외국의 경우 원주민 출신 직원 비율을 조정하는 등 다양한 인종 다양성 지표를 갖고 있는데 한국에는 원주민 문화가 없는 만큼 글로벌 국제 공시 표준화가 완성되면 자칫 불리한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ESG 공시 기준 표준화 작업을 주도하는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의 한국인 위원인 백태영 성균관대 경영학과 교수는 "다양성 공시는 인종 다양성 등 지표 선택의 문제로 볼 수 있다"라며 "절대적 보고 요소가 아닌 다문화 가정 지원 등 국내 전체 다양성 대비 기업의 비율 등을 고려해봐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의 비(非)재무적 평가가 고도화되면서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 사내 여성 임직원 비율을 늘리는 기업이 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경남 창원시에서 국내 최대 문화 다양성 축제인 'MAMF(맘프) 2022'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