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지난해 4분기(10~12월) 삼성전자 반도체 영업이익이 증발에 가까운 수준으로 급감했지만 인위적인 생산량 조정은 없을 전망이다. 이른바 '칩 쇼크(반도체 충격)'에도 "감산은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불황 이후를 대비하는 모습이다.
31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2022년 4분기(4Q) 반도체 사업을 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매출은 20조700억원, 영업이익은 2700억원이었다. 매출·영업이익 모두 전년(2021년) 동기 대비 줄었다. 특히 영업이익은 이 기간 96.9%나 감소하며 단순한 '쇼크'를 넘어섰다.
이날 실적 발표에는 삼성전자 연간 매출이 300조원을 넘었다는 소식이 포함됐지만 반도체 실적 악화를 덮지는 못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매출 302조2300억원, 영업이익은 43조3700억원을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인위적인 감산과 투자 축소는 없을 것이라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지난해 3분기(7~9월) 이후 메모리 반도체 수요 감소와 가격 하락이 이어지는 가운데 SK하이닉스를 비롯한 업체가 감산에 나섰지만 삼성전자는 이와 달랐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치킨 게임(손실을 감수한 경쟁)'을 시작했다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투자 규모도 유지한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이날 콘퍼런스콜(전화회의)에서 "올해 자본 지출(CAPEX)은 지난해와 유사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반도체 시설에 47조9000억원을 투자했다.
생산량을 인위적으로 조정하진 않더라도 '기술적 감산' 가능성은 내비쳤다. 생산라인 유지·보수와 설비 재배치로 인해 단기에 생산량이 줄어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는 3나노미터(㎚·1㎚=10억분의1m) 2세대 공정 반도체를 내년에 양산한다. 또한 미국 텍사스주(州) 테일러에 건설 중인 반도체 공장도 예정대로 준공될 예정이다.
삼성전자가 생산과 투자를 예년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결정한 것은 불황 이후를 대비한 결정으로 보인다. 점차 시장 규모가 커지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에 힘을 쏟는 한편 메모리 반도체 침체기를 버티고 경기순환 주기에 따른 회복기를 겨냥했다는 분석이다.
김재준 부사장은 "현재 시황이 당장 실적에 우호적이지는 않지만 미래를 대비할 좋은 기회"라며 "중장기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인프라 투자를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김 부사장은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차별화를 이어가고 올해 하반기 DDR5, LPDDR5X D램 시장에 대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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